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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샤 Jan 22. 2021

공모전에 진심인 편입니다

좀 쉬었다 가려고 합니다

세보지 않았어요. 세고 싶지도 않구요, 앞으로도 세지 않을 것 같아요. 


공모전에 낙선한 횟수 말이에요. 






   작년, 그러니까 2020년 9월 초 노트북을 갖게 된 이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브런치를 하게 되었고 공모전에 응모하기 시작했어요. 약 5개월 좀 넘게 열심히 글을 쓰고 공모전에 응모했어요. 그리고 세 번 정도의 감사한 결과를 얻었어요. 

https://brunch.co.kr/@1kmhkmh1/49 

https://brunch.co.kr/@1kmhkmh1/54

https://brunch.co.kr/@1kmhkmh1/72


   맞아요, 정말 감사한 일이예요.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브런치만 해도 이렇게나 많은데, 응모해주신 분들 가운데 그래도 좋게 봐주신 거니까요.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심사하신 분들 및 관계자 분들 복 받으실 거예요. 

   브런치에도 열심히 자랑하고 그래서 보시는 분들은 공모전의 여왕이라고, 공모전을 휩쓴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실 거예요. 그렇게 보일만 해요, 제가 응모한 횟수를 모르신다면 말이죠. 중요한 건, 분모예요. 얼마나 응모해서 얼마나 순위권 안에 들었느냐가 중요한 거죠. 그 생각을 하면, 밑도 끝도 없이 참담해져요. 반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공모전에 응모한 횟수를 세 보고 싶지 않을뿐더러, 사실 셀 수도 없어요. 다 세 봤을 때의 그 엄청난 수를 굳이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 안 세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결괏값이 3이 나온 거지요. 결괏값 3을 뽑아내기 위해 그 시간 동안 저는, 브런치 글 쓰고 오도독 글을 매주 제출하고 공모전도 찾아보고 기한에 맞춰 써서 제출해 왔어요. 시어머니와 살며 애 셋을 키우면서요. 중간중간 코로나로 어린이집이 휴원 하는 걸 받아들이면서요. 


   좀 더 자세히 말해 볼까요. 글은 모두 밤에 썼어요. '모두 잠든 후에 사랑할 거야'라는 옛 노랫말처럼(노래 아시는 분, 자기도 모르게 흥얼거리신 분 옛날 사람~ 옛날 사람~), 저는 '모두 잠든 후에 글을 쓸 거야' 모드로 지냈어요. 거의 매일요. 컴컴한 안방 화장실 불을 켜고 바닥에 쪼그려 노트북을 켰어요. 쓰러질 것만 같아서 며칠 쓰러지듯이 잠든 날을 제외하곤 매일 하루 한 시간에서 두 시간씩 글을 썼어요. 그러면서 책도 보고 브런치 작가님들 글을 읽기도 하고(감탄은 필수) 댓글로 소통하고 그랬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찌 그랬나 싶지만, 지금도 그러고 있네요.(지금은 거실 식탁으로 장소가 바뀌긴 했어요, 엄청난 발전!) 

   그렇게 한 결과로, 손에도 조금의 결실이 쥐어졌어요. 세금 포함한 상금 50만 원(제세공과금 22% 미워)과, 도서 구매 포인트 20만 원이요. 흠, 책을 출판하지 않고 취미 생활(이라고 하기엔 약간?! 꽤나?!!!! 가혹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로 돈을 번 기분이라 나쁘지 않아요. 결코 큰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 글에 대해 나름 인정받는 기분이 들어 그게 더 좋았구요. 사실 인정 욕구는 브런치의 구독과 라이킷 만으로도 충분히 채워지긴 하지만, '상금'이라 불리는 것은 차원이 조금 다르긴 하더라구요. 




   공모전. 처음에는 글을 쓸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기뻐서, '어차피 쓰는 글 제대로 인정받아 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노트북을 산 이유가 군인가족생활수기 응모하려고 산 거였는데, 보란 듯이 똑 떨어졌거든요. '어쭈, 그렇단 말이지'라는 마음에(마음의 나이는 첫째 딸과 비슷한 것 같아요...) 다른 공모전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쓰고 제출하고 기다리는 나날이 시작됐어요. 전문적인 용어로는 '인정 욕구'가 발동한 것이지요. 다행히 결실을 빨리 보긴 했는데, 그 덕에 더 욕심의 엑셀 페달을 밟게 된 거예요. 좋았어, 제대로 달려보자아 - 하며 그때부턴 사심 가득 품고 응모하기 시작했고 글에 대한 마음이 널을 뛰기 시작했어요. '나의 글에는 나만의 삶이 묻어 나와'라며 자존감을 지키는 며칠을 지내다가, '역시 내 글은 뭣도 아니야, 꼴도 보기 싫어'라며 자존심 팍팍 뭉개지는 며칠을 보내는 가을, 겨울이었어요. 심사위원들을 초록창에 검색해 보는 제 모습이 어찌나 꼴사납던지요. 좋은 결과를 내주신 분들의 이름을 쳐 볼 때면 그저 문학의 대가들을 마주하는 기분이었고, 낙선 후에는 '잘 먹고 잘 살아라'와 '이런 분들의 눈에 띄지 않는 내 글 따위 영구 삭제해버리고 싶다'라는 유치한 마음들이 요동을 쳤어요. 이런 마음들은 잘 섞이지도 않고 잘 사그라들지도 않아서, 제 자신이 더 추해 보이기도 했어요. 








   저는 왜 이리도 공모전에 매달릴까요. 아니, 질문을 바꿔야겠어요. 제가 왜 공모전에 매달리는 줄 아세요? 엄청 부끄러운 대답이자 고백인데, 다름 아닌 '식세기' 때문이에요. 맞아요, 여러분이 아는 그 식세기요. 식. 기. 세. 척. 기. 하아.. 이쯤 되면 '이런 속물이 다 있나, 물욕 폭발하네', '고작 식세기 때문에?', '설거지하기 싫어 난리 났네 난리 났어', '그냥 안 사고 안 쓰고 잠이나 더 자지'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좌향좌 우향우 하실 수도 있으실 거예요. 

  가전이라면 식기세척기를 제외하곤 다 있어요. 무선청소기, 로봇청소기, 건조기, 김치냉장고 등등. 남들처럼 다 갖추고 싶은데, 식기세척기만 없으니 사고 싶은 거예요. 몇 번을 남편에게 귀띔해 보았지만, 눈치를 못 챈 건지 눈치채고도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건지 '이제 더 사줄 건 없다', '사줄 거 다 사 줬어'는 표현을 몇 번 하더라구요. 얼마 전 핸드폰을 교체하러 전자제품 영업점을 갔는데, 시간이 남아 매장을 돌아보면서 제가 식기세척기 앞을 떠나지 못하고 만져보고 해도 남편은 그저 시큰둥했어요. 남편은, 자신이 남편으로서의 책임에 충실하고 역할을 다해내는 것처럼 저 역시 아내로서 해내야 할 일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설거지는 아내의 몫이니 응당 해내야지, 이 것마저 기계의 힘을 빌리려 하느냐. 식기세척기마저 사 주면 너는 도대체 집에서 뭐할 것이냐, 할 것이며 저는 또 속으로만 1-137까지의 할 일 리스트를 나열하겠지요. 차마 입 밖으로는 못 꺼내요. 저는 남편에게 순종하는 아내라서 그런 표정을 보고도 사달라고 할 대장부는 못 되어요. 깝깝할 정도로 유약한 심성의 소유자지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공모전이에요. 제가 지금 육아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라면, 글로 한 번 해내 보자. 내가 내 힘으로 사 보자. 정말이지 '식세기'를 목표로 두고 치열하게 써냈던 거예요. 엄청난 동력이었어요. 그리고 몇 번의 좋은 결과를 얻고 대부분의 낙선과 실패를 맛보았어요. 약간의 용돈 벌이는 가능했으나, 원하는 수준의 식기세척기를 구매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구요. 나의 수준은 딱 여기 까지는구나, 그래, 이 정도 능력 가지고 얼마나 좋은 결과를 얻겠다고 감히. 지금의 결과도 감지덕지한 거지, 욕심 부리지 말자. 



   식기세척기는 제게, 단순히 '설거지 좀 편하게 하려고' 만은 아니에요. 가사노동을 줄일 수 있다는 희망, 그 희망을 내 힘으로 이룰 수 있다는 일종의 상징 같은 것이에요.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격려 같은 것이에요. 사실 식기세척기 없어도 돼요. 지금 집은 식기세척기를 둘 공간도 없고 산다 해도 이사 간 후에 사용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저는, 집안일 중에는 설거지를 가장 좋아하던 사람이에요. 특히 음악을 들으며 그릇이 뽀드득뽀드득 해지는 것을 내 손으로 직접 느끼는 기분은, 나름의 힐링이었어요. 중학생 시절부터 다른 집안일은 안 도와도 설거지는 꽤 했어요. 

   그러나, 다들 잘 아시겠지만 '돕는' 수준, '좋아하는' 수준에서 '내 일, 나의 업(業)'이 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더라구요. 게다가 육아와 가사를 모두 저 혼자 짊어지는 순간부터는, 설거지가 가장 싫어하는 집안일이 되었어요. 어느 설문조사에서도 보니, '가정주부들이 가장 싫어하는 집안일 1위가 설거지'라고 하더라구요. 충분히 이해되었어요. 20대 후반에는 쌓인 설거지를 보고도 모른 체하고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 늦게 들어오곤 했는데, 그때 열심히 엄마를 돕지 않은 것에 대해 벌 받는 건가, 라는 생각이 자주 들 정도로 설거지가 싫었어요.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다른 집안일들은 참 부지런하게도 생겨나서 제 손길을 기다렸어요. 저도 차례차례 해내고 싶었지만, 세 아이들 역시 제 손길을 기다렸어요. '지금이 육아에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시기라면, 집안일을 줄여보자'라는 생각이 기초를 다지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식기세척기가 머리 속에서 중심을 잡더라구요. 어차피 모든 것이 내 몫이면, 식기세척기를 마련하는 것 마저 내 몫으로 해내 보자. 공모전에 지칠 때마다, 식기세척기가 저를 토닥거렸어요. 일어나 앉아 글을 쓰렴, 설거지는 내게 맡기고 너는 좀 더 쉬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렴. 그리고, 너 역시 활자의 곁에 있을 시간을 넓혀 보렴. 







   저 역시 잘 알고 있어요. 식기세척기를 산다 해도 가사노동에 엄청난 혁명이 순식간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저 손이 조금 덜 간다는 것. 그런데 저는 그 '조금'을 얻어내고 싶어요. 그 '조금'의 노동을 덜어내고 얻어낸 시간으로 아이들 곁에 있고 글을 쓰고 싶어요. 또 '조금'의 시간이 계속 쌓이면, '조금'이 아니라는 것도 알기에 지금까지 나름 최선을 다해 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 지쳤어요. 몸이 그만 하라고 하네요. 안타깝지만, 지금은 목표 설정 기한 변경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어쩌면 목표가 변경되거나 없어질지도 모르구요. 

   아이들에게 손이 많이 가는 육아기만 지나가면, 설거지는 예전처럼 제게 힐링의 집안일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정말? 진짜??) 그래서 일단, 늘 그랬듯이, 존버 정신으로 버텨보려고요. 내 손이 식세기다 하며, 나는 매일 전기세를 벌고 있다 하며. 그러다 지치면, 음... 지치면..... 다시 공모전에 불 붙여 보거나 남편에게 슬쩍 말해 보거나... 첫째에게 '설거지 놀이'를 가르쳐 보게 되겠지요.(나쁜 엄마 공모전에 나가면 1등 할 거예요) 


   휴,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이렇게 털어내고 나니 속이 시원해요. 저 이제, 공모전 당분간 쉽니다!! 








(이렇게 안 하면 미련이 미련스럽게 저를 물고 늘어질 것만 같아서요... 물론 또 변덕이 도져서 2월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도 있지만, 괜찮아요. 수상은 정말이지 쉽지 않으니까.. 다시 시작한다 해도 아무도 모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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