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지근한 날씨가 계속되는 여름 어느 날 비가 한줄기 쏟아지고 난 뒤 화창하게 열리는 하늘은 더없이 푸르다. 물론 공기 중에 수분의 양은 많지만 반대로 끈적임이 줄어들 때가 있다.
바로 이때 둘레길을 가야 한다. 조금은 신선한 공기 속에서 한 걸음씩 내딛으며 새로운 생명체들의 탄생을 바라보러 가는 것이다. 낙엽이 쌓여 축축해진 숲의 바닥에서 혹은 썩은 나무에서 이름 모를 보석들이 '나 여기 있지요!' 하며 손을 흔든다.
식용가능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물론 만지지도 않고 그냥 눈으로, 핸드폰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게 된다. 정말 다양한 색상이 나의 눈을 자극하고 ‘그리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버섯들의 포자 혹은 잠자고 있던 균사들이 어떤 환경적 조건이 갖추어지면-right time, right place-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것이다. 아마도 후손을 남기기 위해, 더욱 번창시키기 위해 용기 있게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앙증맞은 오렌지색 작은 버섯, 복숭아색을 닮은 버섯, 송이모습과 비슷한 버섯, 노란색의 달걀 같은 버섯, 운 좋게도 만난 망태버섯, 그런데 사그라지고 있는 상태라서 좀 안타까웠다. 또다시 아름다운 버섯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내년을 기약하는 긴 기다림의 긴 터널로 들어가야겠지!
*둘레길에서 관찰된 버섯들은 버섯도감에서 찾아본 것으로 정확한 것은 이름을 명기하였으나 그렇지 못한 것은 그 버섯이 속한 과(Family) 혹은 속(Genus)으로 표현하였음.
*버섯생태도감(지오북스)과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을 참고하였음.
졸각버섯 무당버섯 속 광대버섯 속
노랑그물버섯 (사그라진 모습) 운지버섯 불로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