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숙 Aug 14. 2024

환상 속의 그대

습도가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둘레길의 모든 곳은 푸른 초록으로 가득하고 비 온 뒤 축축한 공기 속에 살아있는 자연의 향기가 가득했다. 

땀이 흘러 자꾸만 안경이 콧등에서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오는데 그 찰나 나의 눈에 무엇인가 들어왔다. 

큰 나무표면에 이끼가 무성이 자라고 있었고 아주 작은 버섯들이 환상적으로 나 있었다.

‘숲 속의 정령들이 숨바꼭질하는 장소인가?’ 너무 황홀했고 아름다웠다. 

그 모습을 세심히 담고 싶었지만 내 손에 아이폰만 덩그러니… 하지만 요정이 숨어 있다 갑자기

나타날 것만 같은 환상 속에 빠져들게 되었다. 

지블리의 어느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장면처럼 아주 자그마한 요정이 버섯의 머리 부분을 통통하며 뛰어다니며 깔깔 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한참 동안 이리저리 사진을 찍으면서 더위에 아랑 곳 없이 자연이 만든 아름다움에 흠뻑 도취되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나에게 남은 것은 빨갛게 부어올라 가려운 산모기떼에 물린 자국들이었다. 정말 가려웠다. 

이끼살이버섯으로 추정


이전 18화 비가 온 후 여름 길목에서 만난 버섯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