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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숙 Aug 14. 2024

풍요로운 가을날 달랑 매달린 노랑둥이 호박 하나.

아마도 식물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시절에는 암꽃, 수꽃이 무엇인지 몰랐고  꽃만 피면 호박이 열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식물세밀화가라는 이름을 달고 작업한 지 벌써 십 년 하고도 팔 년이 넘었다. 원래 주전공은 환경관리학(토양오염)이었지만 약간은 굴곡진 진행과정 속에서 식물을 그리는 화가로 노선이 변경되었다. 그런 후 식물에 대한 세부적 관찰과 다양한 정보를 공부하면서 점차 식물을 이해하게 되고 내가 그리는 그림 속에 그 식물의 특성과 중요한 부분들을 묘사하고자 노력하게 되었다. 흔히 '가까이 보면 더 아름답다'라는 말을 하듯이 가까이 관찰할수록 그 식물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고 서로 교감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도 멀리서 바라보면 자신의 생각이라는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상대방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가까이 다가서서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알지 못한 상대방의 역사를 알고 숨어 있는 본인의 배려심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오해가 이해로 바뀌게 된다고 본다. 

호박꽃을 멋지게 그린 어느 작가의 그림을 보고 호박꽃이 품어 내는 온화하고 화사한 오렌지색이 섞인 노랑의 멋짐에 반하게 되었다. 화분을 옮기는 매개체들의 덕택에 수정이 되고 호박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신비로웠다. 

정말 우리의 눈으로 보이는 세계는 자연의 작은 일부분이고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기작들이 자연을 유지하고, 자연의 다양성을 증대시키며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된 점은 나의 삶의 방향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내 마음의 문을 열게 해 주었다고 고백하고 싶다.  


호박 암꽃                                                                                               호박 수꽃



                                                   누렁 호박이 달랑달랑 달려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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