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이 글을 적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밋밋한 색을 띠는 것처럼 특별할 것 없는 일상생활의 연속이었지만 코로나(COVID-10)로 인해 멈춰버린 듯한 평범함이 너무나 그리웠다. 그때 갑자기 내 눈에 들어온 불암산의 둘레길은 코로나 기간 동안 나를 뒤돌아볼 수 있게 해 주었고 자연과 순수한 교감 속에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지게 해 주었다.
항상 somebody가 되어야 한다는 경쟁 속에 nobody가 되는 두려움이 가슴 한편에 웅크리고 있었다. 즉 나는 나 자신을 부여잡고 나를 둘러싼 환경의 지배를 받으며 스스로를 구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둘레길로 한 발짝 발을 내딛는 순간 나의 단단한 껍질은 '스르르' 녹아내렸고 자연은 나를 아무런 물음과 조건 없이 안아 주었다. 나는 높은 산의 정상도 아니고 이름 있는 장소도 아닌 뒷산의 둘레길에 만난 그 푸른 숲 속에서 가슴이 트이고 눈이 열렸다.
집안일로 두툼해지고 퇴행성관절염 때문에 손마디마다 통증이라는 친구를 달고 다니는 나에게 카메라보다는 스마트폰이 훨씬 익숙하고 가벼워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이 멈추는 곳마다 사진을 찍었다. 무엇보다도 그 대상과 내 마음이 “지찡”하는 보이지 않는 교감의 소리가 마음에 울렸을 때 “찰칵”하는 카메라 버튼 소리가 연신 숲 속에 울려 퍼졌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다. 숲 속에서 각양각색의 대상을 만나면서 진정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다. 둘레길에서 현실의 생활로 돌아오더라도 그 에너지와 충만감은 지속성이 있었다. 좀 더 긍정적이고 차분해진 나를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궁색한 말이지만 시간이 흘러가면 기억도 희미 해진다. 중년에 접어든 나의 일상을 집 살림살이 정리하듯이 둘레길 위에서 만난 생각을 정리하고 되새김질하고 더 느끼고 싶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글을 적어본다.
P.S. 이 책에 개제 된 모든 사진은 APPLE I-PHONE(version 11-PRO)을 이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