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회상 06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Oct 10. 2022

쇼핑 그 충동구매의 유혹

                  

  요즈음은 인터넷이나 TV 홈쇼핑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일이 보편화되어있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 보고, 생각하면서 하는 오프라인 쇼핑은 또 다른 설렘을 준다. 일상에서 쇼핑이란 너무나 즐거운 일이지만 충동구매의 유혹은 조심해야 할 일이다.     


  이십여 년 전 생전 처음 외국 여행을 호주로 갔을 때의 일이 생각난다. 당시는 외국 여행이라면 동남아 여행이 주종이었고 그 또한 보편화되기 전이었던 터라 호주처럼 선진 나라에 대한 여행은 상당히 흥분되는 일이었다.     


  가능하면 과소비를 하지 않겠다고 외화 환전은 최소화하고 만약을 대비해서 남편과 나는 신용카드 두 장만을 챙겨서 갔다.    

  

  단체 여행의 백미는 당연, 쇼핑이 아닌가, 빡빡한 여행 일정 중에도 쇼핑 코스가 있었다. 호주의 명물 양 태반 화장품, 양털 담요, 만병통치약 프로폴리스 등등. 머리와 몸은 아들과 딸에게, 동생들에게, 친구들한테 줄 선물에 셈이 바쁘게 예산을 집행하고 있었다.     


  쇼핑 일정의 마지막 날 효험이 신통방통하다는 호주의 의약품 공장에 도착. 특별히 우리에게만 오픈되었다는 매장으로 안내되었다. 우리말로 통역을 해 주는 한국인 직원까지 동원되어 구구절절 약의 효험을 설명한다.      


  ‘이 약으로 말하자면 상어의 뼈와 오메가 쓰리로 만들어져서 허리가 안 좋은 분들에게 특효가 있고...,’      


  이곳은 나와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고 설렁설렁 매장을 돌고 있던 내 귀에, 약에 대한 설명이 얼마나 또렷하게 들려왔던지 걸음을 멈추고 귀를 쫑긋했다. 그 당시 난 몇 년 전 디스크를 앓았고 허리에 좋다는 음식은 찾아서라도 먹던 때였다.     


  “저 약은 꼭 사야 한다. 내 것만이 아니고 그렇게 효험이 좋다니 동생들에게도 사라고 권해야겠다. 일단 내가 동생들 것까지 사 가야지!” 

  생각하면서 남편을 쳐다보았다. 남편과 나눈 눈총에서 의견이 일치했다.      


  “OK!”      


  신용카드도 된다는 말에 남편 것과 내 것을 모두 동원했다. 삼백만 원이 넘었다. 비싼 줄도 모르고 신이 나서 결제를 했다.      


  귀국 후, 동생들에게 사라 하겠다던 거금을 드려 산 약들은 시큰둥한 반응으로 선물로 주고 말았고, 그 후 그날의 충동구매의 위력은 아직까지도 부부동반 여행을 할 때면 꼬박 등장하는 화두가 되었다.      


  ‘아빠 엄마 충동구매 조심하세요! 아빠 엄마 귀는 팔랑귀!’     


  물론 한바탕 웃음으로 마무리되곤 하지만, 그때의 쇼핑은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무모한 행동이었다.     

  얼마 전 단체 관광으로 중국 여행을 하면서 여행 코스로 라텍스 공장에 들렀었는데, 일행 중 아무도 사지 않아서 매장 관계자들의 눈총을 따갑게 받은 적이 있다. 이것 또한 이미 우리 사회에 외국 여행이 보편화되었고 ‘쇼핑 관광’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국 여행 중에 쇼핑은 상당히 즐거운 일 중에 하나지만, 충동구매의 유혹은 정말 조심해야 할 일이다.     

이전 05화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