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밥 먹이기 전쟁

밥 잘 안 먹는 아이, 뭐가 답일까?

by 장유미

육아는 늘 크고작은 고민과 걱정들의 연속이지만, 그 중에서도 엄마들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가 아이의 식사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유식을 먹는 시기인 6개월부터 만 2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아이가 잘 먹지 않는 것 때문에 오랫동안 맘고생을 하고 있다. 특히 밥을 싫어해서 식판에 반찬과 밥, 국을 함께 주면 밥은 아예 건드리지도 않고 국과 반찬만 쏙 집어먹는다. 주변 엄마들에게도 물어보고 소아과에도 가 보고 책이나 유튜브도 찾아보며 다양한 정보를 얻으려고 했는데 뾰족한 수가 없어 답답할 따름이다. 안 먹는 아이를 뭘 어떻게 한단 말인가. 억지로 욱여넣을 수도 없는 일. 내가 얻은 유일한 해답은 식사시간에 아이가 먹지 않으면 바로 치우고, 간식을 덜 먹여서 아이를 배고프게 한 후에 밥을 주자는 것. 내가 보기에도 그 방법이 가장 타당성 있어 보이는데 문제는 내가 그 단호하고 일관성 있는 태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식탁 의자를 벗어난 아이를 졸졸 따라가며 떠먹여주는 적도 많다. 그러고는 생각한다. '아기 의자에 앉혀서 먹게 하기로 했었는데 내가 또 왜 이러고 있지? 아, 오늘도 망했네. 젠장.'


육아를 하다 너무 지치고 힘이 들 때면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는 일이 잦아졌다. 아이도 엄마의 표정과 눈빛을 보고 엄마가 짜증이 났다는 것을 알 텐데 한숨 쉬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게 아이에게도 좋을 리가 없다. 아이들은 부모가 보여주는 작은 행동도 모방을 하니까 말이다. 은연중에 엄마가 자기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생각하게 될까 봐 겁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아이 앞에서는 한숨 쉬지 말고, 정 안 되면 방에 잠깐 들어가서 숨을 고르고 나오기로 다짐을 했었다. 또 아이에게 소리치며 화를 풀어내기보다는 아이에게 '채훈아, 지금 엄마랑 같이 책 읽고 싶어? 근데 엄마가 지금 많이 힘이 들거든. 조금만 있다가 하자. 기다려 줘.'라고 말하기로 했다. 2주 정도 꽤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또 무너진 것이다. 아침도 거의 안 먹었는데 점심조차도 거부하는 아이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매일 밥을 만들어서 버리는 게 반 이상이고, 달래가며 먹이는 것도 지쳤고, 밥 안 먹고 냉장고로 쪼르르 달려가 과일만 먹으려고 떼쓰는 아이에게도 너무 화가 났다. 얼마 전에 검사한 빈혈 검사에서도 철분 수치가 낮게 나왔는데, 이러다 혹여나 빈혈에다 영양실조까지 걸리는 건 아닐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한숨이 깊어졌다. 한숨을 내쉬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아이를 보며 답답함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갑갑한 터널 속에 있는 기분이다. 난 언제쯤 이 고민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언제쯤 밥을 푹푹 퍼먹는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런 날이 과연 오기는 할까. 엄마 아빠 닮았으면 식욕이 폭발해야 정상인데 우리 아이는 왜 그럴까.


아이가 유난히 밥 안 먹어서 오랫동안 속 끓였다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밥은 하나도 안 먹고 매일같이 과일만 입에 달고 살더니 다섯 살 되면서 골고루 잘 먹더란다.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전보다 훨씬 잘 먹는 날이 많다고. 어렴풋이 희망이 보인다. 우리 아이도 언젠가는 잘 먹을 날이 오겠지. 오늘같이 또 멘탈이 붕괴되지 않으려면 '아이에 대한 욕심 내려놓기'를 실천해야 할 것 같다. 잘 먹기를 바라는 것이 아이의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결국은 아이가 잘 먹었으면 하는 엄마의 욕심 때문에 내가 이렇게까지 힘든 것일 테다. 어느 유아식 책에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엄마가 결정하고, 얼만큼 먹을지는 아이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라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다. 아이 몸 속에 들어가는 음식을 얼마나 먹을지 아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일. 알면서도 그게 잘 안 되어서 문제지만, 다짐하고 되뇌이고 기억하다 보면 조금씩은 나아지지 않을까. 조금 있으면 또 저녁 시간. 식사 시간이 제일 행복한 나였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언젠가부터는 두려운 시간으로 바뀌었다. 하루 세 번, 어려운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이었으니. 이제부터라도 스트레스 받지 말고 웃으며 식사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식사는 인상 찌푸리고 억지로 먹는 것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고 아이가 느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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