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 부모님, 동생네 가족과 식당에 모였다. 간이 잘 배 맛있던 갈비를 먹고 카페에 가던 중, 다이소를 발견했다. 아이들은 놀이공원이라도 만난 듯 방방 뛰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초1 손녀는 코디 인형 스티커 두 장을 골랐고, 초3 손자는 스펀지 야구 방망이를 골랐다. 나는 스누피 스티커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친정엄마가 더 사준다며 마음껏 고르라고 했다. 다이소는 할머니의 사랑을 마음껏 베풀 수 있는 곳이었다. 모두 흡족한 쇼핑을 마치고 카페에 갔다.
나는 사람들 몰래 엄마의 가방에 선물을 넣었다. 얼마 전, 일본 여행에서 산 물건들이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선물을 다 챙기지 못해서, 몰래 줄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엄마에게 문자가 왔다.
“딸. 민트색 손수건이 예쁘네. 잘 쓸게. 간식도 잘 먹고”
“응. 소소하지만 엄마 생각해서 산 것들이야. 잘 써.”
세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선물 패키지에 든 가루비누가 생각났다. 나에겐 익숙하지만, 엄마에겐 낯선 모양의 비누. 손톱 모양의 육각형 캡슐에 담긴 가루비누 사진을 찍고 사용법을 적어서 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다. 답이 없길래, 마음이 놓이지 않아 전화를 걸었다. 밤늦은 시간이었다.
“여보세요. 엄마?”
“이거 뭐야?”
엄마가 다짜고짜 물었다.
“뭐?”
“네가 준 거. 가루.”
“그거 비누야.”
“지금 입에 털어 넣었다가 이상해서 뱉었어.”
“그걸 먹었어?”
“먹는 건 줄 알았지.”
“내가 깜박하고 설명을 안 했네. 큰일 날 뻔했네.”
“먹을 거랑 같이 있어서 먹는 건 줄 알았어. 희한하게 생겼네 하면서.”
“안 삼켰지? 미안해. 내가 설명해야지 하고 있다가 지금까지 까먹었어. 가루비누 써보니까 신기하길래 엄마도 써보라고 준 건데 대형참사가 되었네. 내가 우리 엄마 저세상 가게 할 뻔했어.”
“큰일 날 뻔했어. 자기 전에 무슨 맛일까? 궁금해서 지금 입에 털어 넣다가.”
캡슐 비누가 간식들 틈에 있어 먹는 건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엄마가 놀라서 큰소리를 냈다. 어버이날. 효또는 커녕 불효를 했다. 엄마는 일본어를 못 읽어서 일어난 일이라며…. 의약품에 ‘아이들 손에 닿지 않게 주의하세요.’라는 글을 써 놓은 이유를 이번 기회를 통해 알 것 같다고 했다. 당연히 엄마도 알 것이라고 생각 했던 나의 착각이 사고로 이어질 뻔하다니…. 뱉어낸 엄마가 고마웠다. 만약 엄마가 진짜 그걸 먹었다면…. 아찔하다. 해외에서 사 온 낯선 선물은 사용법을 꼭 알려주며 건네야 한다. 그래야 무기가 아닌 선물이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