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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Oct 25. 2024

커피에 욕심 한 스푼 넣어

잔이 넘치게 커피를 주는 곳은 고마운 마음도 흘러넘친다. 한낮의 오후, 파스타를 먹으며 햇살과 분위기에  취하고 싶어 화이트 와인 한 잔을 시켰다. 나온 잔 안에는 와인이 조금 들어 있었다. 와인 잔에 눈금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정량을 알 순 없지만, 커다란 잔에 얕게 찰랑거리는 와인을 보면서 순식간에 불행해졌다.  


    

오래 책방에서 진저 라테를 시켰다. 잔도 큰 데, 음료를 얼마나 많이 넣어 주는지, 아래 깔린 생강 청을 섞어 마시기 어려웠다. 기다란 티 스푼으로 커피를 저을 때마다 라테가 잔 밖으로 흘러넘쳤다.      

“사장님, 커피를 너무 많이 주신 거 아니에요? 저을 수는 있게 주셔야죠?”

기분 좋은 투정을 했다. 한 바퀴, 두 바퀴, 살살살 음료를 저으며 컵의 경계 밖으로 커피 파도가 넘치지 않게 집중했다.



꽉 찬 커피를 보면서 영미 시 선생님의 딸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집에서 커피를 내려서 마시고 있었어요. 커피 원액을 넣고 우유를 가득 넣는 걸 좋아해서 늘 커피잔이 봉긋해지거든요. 늘 흘러넘치기 전까지 따라 마셔요. 어느 날, 우유량 조절을 잘 못 해서 커피가 흘러넘친 거죠. 그걸 옆에서 아이가 보고 있었어요. 내가 책상을 닦으면서 엄마가 너무 욕심부렸나 봐.라고 말했어요. 며칠 뒤, 또 실수하지 않으려고 잔에 커피를 조금 부었어요. 그랬더니 옆에서 딸이 이러는 거예요.”

“엄마, 욕심 더 넣어.” 커피에 바닐라 시럽도 아닌, 욕심을 넣으라는 아이의 말이 귀엽고 낯설었다.



카페에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을 바라본다. 커피 한 잔을 두고 서로 처음 본 사람들이 보험 이야기를 한다. 보험설계사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며 열을 올린다. 저 쪽에서는 학원 수업을 마친 아이가 엄마에게 달려온다.

“잘 갔다 왔어? 출출하지. 뭐 좀 먹을래?”

“응. 나 케이크 먹을래.”

“기다려 엄마가 시키고 올게.”

“아니야. 내가 할래. 내가 할 수 있어.”

아이가 일 층에서 케이크 한 조각을 조심조심 들고 온다.

“우와. 00 이가 해냈네.”

아이의 어깨가 슬며시 올라간다.     


뒷 테이블에는 중년의 여성 네 명이 따뜻한 커피 네 잔을 두고 말한다.

“남편이 골프에 빠져서 머리 아파.”

“그게 나아. 우리 나이는 남편 건강한 게 제일 큰 행복이야. 우리 남편은 맨날 어디가 아프대. 너네 남편은 건강해서 좋겠다. 얘.”


내게도 곧 닥칠 삶의 예고편이 들려왔다. 커피잔 안에는 옹졸함, 인색함도 들어 있지만 누군가가 보내는 넘치는 사랑, 하루의 고단함을 녹이는 위로, 친구들과 나누는 즐거운 대화도 담겨 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커피의 향도 달라진다. 사람이 원두다.




오늘의 다이소 쇼핑 _ 커피잔 / 얼마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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