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달팽이 ㅣ 05 (완)

연재 소설

by 오 지영

05.

우리는 아침 일찍 화단에 나왔다. 어제까지 내린 비 덕분에 공기가 상쾌했다. 지호는 테디에게 꽤 오래 작별인사를 했다. 초록이가 이미 사라진 언니 배에 대고 인사를 했던 것처럼. 테디를 화단에 놓아주었다. 움직이지 않았지만 우리는 화단에 쪼그려 앉아 꽤 오래 테디를 지켜보다 집으로 들어왔다.


[도착 10분 전]

[ㅇㅇ]


지호의 가방을 챙기고, 얼굴을 씻기고 언니를 기다렸다.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지호가 뛰어가 엄마에게 폭 안겼다. 그렇게 안기면 이틀 내내 너랑 놀아준 이모가 뭐가 되니, 조카.


“이모랑은 즐거우셨나. 아들?”

영주의 남편이 지호에게 묻는다.

“엄청!”

“그래? 엄청? 그럼 여기서 살래?”



영주의 남편은 자꾸 뭐만 하면 내게 지호를 넘기려 한다.

"이모가 좋으면 이모랑 살아주라. 제발. "

영주의 남편이 자주 하는 농담이다.


"형부, 사돈어른은 좀 어떠셔?"

"검사에서는 괜찮다 하는데, 일단은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어."

"괜찮으셔야 할 텐데 큰일이네."

"수고했어 지호 보느라."

"지호가 나 보느라 수고했을걸."


셋이 테이블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정호의 아버지의 건강 이야기부터 해서 가을의 아빠 칠순 식사는 어디서 할 건지, 내년에 초등학생이 될 지호의 걱정도. 아이를 기준으로 느끼는 세월이 빠르다는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다.


커피를 다 마시고 형부는 시동을 걸러 먼저 나가고, 언니와 지호가 현관문에 서서 내게 인사한다.

“이모, 감사합니다 해야지.”

“이모, 감사합니다.”

지호가 배꼽 인사를 한다. 최대한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다.

“지호야, 또와.”


현관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지호가 이제야 생각난 듯 언니에게 말한다.


“아, 엄마. 민달팽이 봤어요!”

“어디서?”

“이모 집 앞에서. 민달팽이는 원래 집이 없어요. 깨끗한 곳에서만 살고, 남자 여자도 없고. 집이 필요하지 않아서 퇴화된 거예요. 퇴화는 진화의 반대말인데요. 또 다른 진화기도 해요."


교수님의 지식이 늘었다. 지호는 내가 생각한 민달팽이의 의미도 지식에 포함해주었다. 교수님, 멋져요.

“그랬구나.”

"상추도 줬어요."

"집으로 데려왔어?"

"응. 이름도 지어줬어요. 테디. 근데 깻잎은 싫어해요."

"그랬구나."

“근데, 그건 이모래요.”

“뭐?”

“이모는 민달팽이래요.”



지호가 가고 나이스 한 노부부에게 전세 연장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아직은 민달팽이고 싶었다. 어쩌면, 퇴화한 민달팽이. 어쩌면, 진화한 민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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