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
무언가 쪽쪽 빨아먹을 때 쓰는 얇고 긴 도구다.
바나나 우유.
진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색과 "정말" 바나나 향이 나는
흰 우유와는 다른 느낌이다.
빨대와 바나나 우유의 관계는 누군가를 찔러야 그 맛을
알 수 있는 호러 영화 같은 관계이며,
자신의 몸을 찔려서 내어주는 광복절 같은 관계다.
이런 우유를 빨대를 꽂아 쪽쪽 빨아먹고 있는
얄미운 내 입과 입술은 남편을 생각하며 히죽거린다.
난 가끔 지나가는 말로 "나는 당신 빨대다"
농담 삼은 경고 문구를 자주 날렸다.
바보 같은 남편은 내가 생활비가 좀 모자라다 싶을 때
꽂으면 빨려 주는 바나나 우유 같은 사람이다.
또 징징대고 성질내고 싸울 때도 소리 없이 기를 빨려
주던 사람이다.
그렇다고 그리 착하진 않다.
성질 나쁜 거는 있지만 어느 면은 그렇게 내게 소리 없이
빨려 줄 때면 신기하고 고맙다.
가끔 난 참 못되게 굴기도 한다.
감정이 서툰 이 사람을 이해가 아닌 빨대를 꽂아 괴롭혔다.
나를 좀 더 자세히 봐 달라고 괴롭히고
없는 거 내놓으라고 괴롭히고
있는 거 마저 내놓으라고 족족 괴롭혔다.
그때마다 맘껏 꽂으라며 가슴을 내어준다.
저 바나나 우유 같은 사람.
그리고 빨대 in 나.
또 하나의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