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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어

우리 수영장에는 1번이 있다

by 데이원 Day One

내가 다니는 수영장에는 코치님보다 수영에 더 열성인 회원이 있다.

이름하여 1번!

우리 수영장 마스터반은 2개의 레인으로 나뉜다.

중급반에서 갓 올라온 신입과 섞인 상급자반, 진짜 마스터반으로 말이다.

내가 이야기하려는 회원은 마스터반 1번이다.


1번은 아이엠(IM)을 좋아한다.

아이엠이란 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을 한 세트로 도는 것이다.

줄여서 접배평자, 아이엠이다.

아이엠은 25m마다 영법을 바꿔야 해서 호흡이 쉽지 않다.

어떨때는 50m기준으로 돌기도 한다.

그때는 나는 거의 실신상태가 된다.


1번은 쉼 없이 50미터 아이엠을 돌자고 코치님에게 압박을 넣는다.

평소에도 본인의 기록을 재는 것이 매우 중요하여 한 바퀴 돌고 10초 쉬고 바로 출발한다.

문제는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이 그 속도를 못 맞추는 데에 있다.

본인은 10초를 쉬지만 다른 사람들은 쉬지 못하고 계속 뺑뺑이를 돌게 된다.


어느 날 우연히 들었는데 전에 다니던 수영장에서는 같은 멤버 둘과 함께 50분 수업동안 45바퀴를 돌았다고 한다.

45 바퀴면 2.25km이다. 내가 열심히 해야 1.5km를 가니까 나보다 거의 1킬로씩 운동을 더 하는 것이다.


그런 전설이 있는 1번이 어느 날 2달 수영을 쉰다고 했다.

1번이 두 달을 쉰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그 두 달 동안 수영이 매우 편안해졌다.

모두들 행복하게 자신의 페이스로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레인을 돌던 다른 회원님과 대화를 하던 중 고백을 들었다.

"1번 회원님과 같이 수영하려면 힘들지 않아요?"

"매일매일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어. 그래도 그 덕분에 수영실력이 늘은 것 같아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다시 1번이 수영을 나오기 시작했다.

1번이 오고 난 후 우리의 호텔수영은 사라졌다.


어느 날 수영장 멤버들과 둘레길을 돌았다.

둘레길을 돌면서 1번의 수영에 대한 도전의식과 나를 넘어서는 수영에 대한 얘기를 듣고 우리는 그 자리에서 의지를 불태웠다.

그래 도전해 보는 거야!


하루 만에 그 도전은 없던 일이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의 목표는 같다.

어제의 나를 뛰어넘는 것!

빠름은 중요하지 않다.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면 어느 날 실력이 늘 것이다.

그것은 운동이나 삶이나 똑같은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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