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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효복 Oct 30. 2023

잠이 필요합니다

잠이 필요합니다

 

 

 

오후가 흔들립니다

밀린 잠으로 졸음은 무겁고요

 

호수를 좋아하는 엄마는

저녁을 믿을 수 없다고 했어요

 

아빠의 긴 잠으로 엄마는 잠들지 못합니다

호수 가운데 갈대 섬에선 밤을 잊는다고 했어요

 

엄마는 더 흐려졌습니다

맥심커피에 꿀을 넣고 말을 잃었습니다

부쩍 희어진 머리가 구름 같습니다

18층에 둥둥 뜬 채 호수 위를 오갑니다

 

갈대를 둘러싼 물비늘은 나른해서 눈이 감겨요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엄마

 

두고 온 엄마를 찾으러 간 물가에서 

어둠을 풀어놓고 사라지는 해를 보았습니다

 

엄마를 많이 가진 호수가 느릿느릿 깊어집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공중이 흔들립니다

두고 온 아빠 생각으로 빈방을 채우는데요

차고 무거운 천장과 바닥은 검게 웅크려 있어요

 

아빠의 그늘을 지웁니다

손을 놓친 웃음이 일렁이고요

 

엄마는 저녁이 되었습니다

 

 

 

 


웹진『같이 가는 기분』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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