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가 흔들립니다
밀린 잠으로 졸음은 무겁고요
호수를 좋아하는 엄마는
저녁을 믿을 수 없다고 했어요
아빠의 긴 잠으로 엄마는 잠들지 못합니다
호수 가운데 갈대 섬에선 밤을 잊는다고 했어요
엄마는 더 흐려졌습니다
맥심커피에 꿀을 넣고 말을 잃었습니다
부쩍 희어진 머리가 구름 같습니다
18층에 둥둥 뜬 채 호수 위를 오갑니다
갈대를 둘러싼 물비늘은 나른해서 눈이 감겨요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엄마
두고 온 엄마를 찾으러 간 물가에서
어둠을 풀어놓고 사라지는 해를 보았습니다
엄마를 많이 가진 호수가 느릿느릿 깊어집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공중이 흔들립니다
두고 온 아빠 생각으로 빈방을 채우는데요
차고 무거운 천장과 바닥은 검게 웅크려 있어요
아빠의 그늘을 지웁니다
손을 놓친 웃음이 일렁이고요
엄마는 저녁이 되었습니다
웹진『같이 가는 기분』2022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