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효복 Oct 12. 2023

층을 연결합니다

층을 연결합니다        




익숙해져야 합니다

최대한 호흡을 참아요

아랫집이 수리를 합니다


아래를 빼냅니다 신중하게

와르르 무너지면 지고 맙니다

층이 지워집니다


하루가 멀다고 이집 저집 번갈아 가며 두드려댑니다

바닥이 사라진 빈집은 공중에 뜬 1층 같기도 한데요

내력벽 몇 개로 버티는 공중


층을 연결합니다

젠가를 하죠

서로의 일부가 되어 하나인 채 삽니다

마주하는 불안을 견딥니다


가족이 있어도 무너지고 없어도 무너지는 집

무른 기둥도 벽이라고 애처롭게 버팁니다

같은 허공을 가져서 우린 인사도 없이 익숙합니다


사다리차가 맑게 갠 창문을 싣고 올라옵니다

날씨를 가져오고

높이를 잃은 옥상에선 가끔 젖은 발자국이 떨어집니다

빛은 어디까지 들어와 깊어질까요


이 게임엔 위아래가 따로 없어요

아래가 위가 되고 위가 아래가 되는

아름다운 인지상정이지만 종종 싸늘해지다가

한꺼번에 무너집니다


빈 아래를 향해 참았던 항의를 합니다

소음이 삼켜버린 것들을 헤아리며

뒤꿈치에 힘을 싣고 바닥을 굴러봅니다

공중에 뜬 바닥을요





반년간 문예지『세종시마루』 2022 9호




photo -Pinterest

이전 09화 우산 펼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