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78
전이냐, 부침개냐...
수업을 하지 않으니 몸이 편하고 그래서인지 일찍 일어나게 된다.
나는 누가 뭐래도 아침형 인간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렇게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
전을 부치지 않아도 되는 명절이건만
(올해부터 제사를 없애자고 하셨다. 시어머님께서)
설날에는 제사지내듯이 전을 부쳤었다.
관성이든 아니면 섭섭해서든 그랬을 것이다.
이번 추석에는 절대 전을 부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었다.
그래야 나중에 나의 하나뿐인 며느리가 편할 것이라 생각해서 말이다.
(아들 녀석은 제사를 지낼 마음이 1도 없지만)
오늘 아침 일어나니 갑자기 명절의 기름 냄새를 내고 싶었다.
양파 두 개를 까서 잘게 잘게 썰어서 양파전을 부치고
(이것은 우리 시댁에서만 먹는 걸 본 것이다. 달달하니 어린이 입맛에 딱이다. 양파 두 개 까는데 이리 눈이 매울 일이냐?)
MZ 취향처럼 감자 두 개를 총총 채썰어 감자 부침개를 만들고(치즈를 넣을까 고민하다 그것은 너무 파격이라 그만두었다.)
신김치 남은 것으로 걸쭉하게 김치 부침개도 부쳤다.
물론 작은 사이즈로 10장 내외이다. 평소 제사 지낼때의 1/10 정도 양이라고 할까?
그리고는 정말 작은 사이즈의 굴비 세 마리를 굽는 것으로 내일 명절날 아침 반찬 준비를 끝냈다.
어제 특식 LA 갈비는 구워두었고 닭볶음탕 남은 것은 가져갈까말까 고민중이다.
일 하면서 중간 중간에 유튜브로 최강야구 연습 영상을 돌려보았다.
프로팀 드래프트에 뽑히지 못한 우리의 청춘 대학생들이 아픔을 딛고
아직도 많이 무더운 야외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장하다. 많이 상심했을텐데 저리 다시 땀을 흘리고 있는 것 자체가 멋지다.
프로가 되는 일이 저리 힘든 것임을 막연히 프로 야구만 보고 화내고 있을때는 몰랐었다.
최강야구로 고교야구와 대학야구, 독립야구를 보게 되고
지금 근무학교 야구부 아그들의 연습과정과 어려움을 알게 되니
이제야 프로야구선수가 되기 힘든 것도 그 과정에서의 피땀눈물을 조금은 알겠다.
어제는 니퍼트 선수의 은퇴식 영상을 보고 울컥했다.
한참전의 이승엽, 이대호 은퇴식 영상을 볼때도 나는 울컥했었다.
아마도 나의 퇴임식이 얼마 남지 않았고
그 퇴임식까지의 시간 동안 마음이 어땠을지도 이제는 충분히 알겠고
어느 분야이던 오랜 시간 동안 몸담는 사람만이 느끼는 감정도 백배 공유되어서일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어서 흘리는 눈물과
프로야구 선수였지만 더 이상 할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이 아쉬워 흘리는 눈물은
종류는 다를지 몰라도 결국에는 똑같다.
이제 제사 음식 준비에서도 퇴임을 했지만
아직 습관적으로 아쉬움에 전인지 부침개인지 애매한 것들을 부치는 나의 마음과도 닮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