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그래도 기록할만한 일상
어제 파주행의 영향으로 전날보다는 푹 잤다는 느낌이 들었고 한 시간 정도 늦게 일어났다.
네 시 몇분쯤부터 깨어나는 하루의 시작은 너무 이르다.
여섯시 다 되어서 일어나는 일상을 꿈꾼다.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아들 녀석이 집을 나선다.
눈치가 오랜만에 데이트를 나가는 모양이다.
명절이라 여자친구도 본가에 다녀왔으니 볼때도 되었다.
아무곳도 나가지 않고 늘어져서 잠만 자고
먹기만 하는 아들 녀석을 보는 것보다는
생기있게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오는 편이
훨씬 훨씬 낫다.
나는 비록 혼밥 세끼를 해야하지만 말이다.
아침은 깔끔하게 밥과 김치를 먹고 싶었다.
그런 날이 있다.
이럴때는 물말은 밥이다.
그리고 배추 김치를 길게 찢어서 올려먹으면 된다.
따뜻한 밥을 물에 말고 배추 김치 꺼내고 달걀 말이 하나 부쳐서 소소하게 먹었다.
그리고는 다시 잠깐 잠이 들었나보다.
일어나서는 세탁기과 청소기를 돌리고
날씨를 확인하고
내일부터 다시 추워진다하니
오늘 가벼운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와 백화점 지하상가 탐방이 딱이다.
플리마켓으로 옷을 모두 비운다고 비웠고
그리고 이제 출근 의상도 필요없는데
요새는 거의 후드티에 운동복 스타일의 기모바지만 입고 다녔는데
그래도 옷을 구경하는 일은 항상 신나는 일이었지만 눈에 딱 들어오는 옷은 몇 개 되지 않았다.
기모로 된 브라운색이나 아이보리색 모직 바지를 사려했으나 마땅한 것이 없었다.
그리고는 습관처럼 백화점 푸드코트를 돌아보고
굴 작은 것 두 봉지와 두부 그리고 낫토를 샀고
미니 사이즈의 묵은지쌈밥과 태국식 매운 돼지고기볶음을 사와서 점심으로 먹었다.
물론 묵은지쌈밥은 반만 먹었고 돼지고기볶음은 1/10 정도만 먹었으나 칼칼하니 맛은 있었다.
오후에는 미리 배송시킨 방울토마토와 고등어(남편용이다.) 생크림 카스테라가 배송되어 왔다.
일요일의 마지막 통과의례는 커뮤니티센터에서의 목욕이다.
사우나라고는 하지만 작은 욕조가 있는 목욕탕이다.
그런데 그 욕조에서 자꾸 수영 발차기를 연습하는 분들이 있다. 왜 그러시는 것일까?
탕으로 들어가기전 체중을 재어보니 47.** kg이라고 나온다. 충격이다.
혹시 싶어서 목욕을 마치고 다시 재어보니 48.05 Kg이란다.
기계가 고장난 것은 아닌 듯 한데 이래서는 안된다싶다.
체중 유지를 해야는데 하는 생각에 너무 몰두했나보다.
키를 라커안에 넣은채로 문이 닫겨져버렸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내 라커 옆자리에 젊은 아가씨가 옷을 벗고는 핸드폰을 하고 서있어서
내가 옷을 꺼내다가 건드릴까 싶어
문을 살짝만 닫으려다가
문의 어마어마한 자석의 힘 때문에
완전히 닫겨져 버린 것이다.
그 아가씨는 이 사태를 인지도 못하는 것 같았고(계속 핸드폰 중이었다.)
나는 비상벨을 눌렀으나 통화가 되지 않아서
결국 옷을 다 입고 나가는 생면부지의 비슷한 나이 또래에게
데스크에 이 비상 상황을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했다.
기꺼이 해주신 그분께 감사드리고
데스크의 만능 열쇠로 생전 처음있었던
난감한 사태에서 탈출에 성공했다.
집에 돌아와서 체중 증가를 위한 특단의 조처를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굴 한봉지 털어넣고 두부 넣어 끓인 국에
밥을 말아 먹고(배추 김치가 맛났다)
생크림카스테라도 한 쪽 잘라 먹는다.
내 희망 체중 49kg 사수를 위해 2월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다.
동생과 통화를 하면서 그렇게 안빠지던 살 때문에 고민 고민이었던 그 시절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다.
(살이 빠져서 걱정을 하는 이런 날이 올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체중이 줄어드니 더 늙어보인다는 아들 녀석의 구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조금씩 자주 먹어야겠다.
나머지 굴 하나는 얼마전 아들 녀석이 희망한
내일 저녁 굴보쌈용이다.
같이 곁들일 무 생채는 오늘 만들어두었다.
(이 글을 쓰고 낫토에 밥 한 숟가락 넣고 잘 비벼서
김에 싸서 또 먹었다. 하루 다섯 끼 먹는것이 목표이다만 밥의 양이 비약적으로 늘지는 못할것 같다.)
매일 매일이 소소하지만 브런치를 써보니 기록할만한 일들은 생긴다.
일상이란 그런 것이다.
그런 일상이 협주나 협연처럼 모여서
나의 일주일이 되고 한달이 되고 일년이 된다.
어제 음악감상실의 좋은 느낌이 남아서인지
오늘은 유튜브의 음악릴레이를 들으면서
이렇게 브런치를 작성하는 내가 조금은 멋있어 보인다.(가끔은 나에게 취해보는것도 정신 건강에 좋다.)
소확행이란 용어는 이렇게 모두에게 위안이 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