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이 맞는 경우는 없었던 듯 하다만.
미신을 믿지는 않지만
연초에 운세나 점을 보러 다니지도 절대 않지만
인터넷 그날의 운세도 본 적이 거의 없지만
오늘은 꿈자리가 나쁘다.
조심해야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드는 아침이다.
오늘 새벽의 꿈에서 나는 등에다 어린 아이를 업고 다녔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고 내 아이인지도 알 수 없지만
여하튼 어린 아이를 업고 다녔다가 그 아이의 체온이 점점 느껴지지 않아서
살려달라고 주위에 소리치고 울부짖으면서 꿈에서 깼다.
사실 나는 하나뿐인 아들 녀석도 업어준 적이 거의 없다.
업었다가 자꾸 아이가 떨어질 것만 같고
내 눈에 아이가 안보여서 안위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 싫어서였다.
그리고 아마도 어려서 동생들을 업어주라는 엄마의 미션이 싫었던 기억이 뇌리에 박혀서였을지도 모른다.
나도 고작 10살인데 동생을 업고 달래고 재우라니. 너무 가혹한 미션이었다.
어린아이지만 꽤 무거웠고 어깨와 등이 아팠고
허리를 구부정하게 만드는 그 자세가 힘들었다.
아들 녀석을 가졌을때 태몽도 꾼 기억이 분명치 않다.
젊었을때는 그 정도로 푹잠을 잘 잤다는 반증이기도 할테지만
요즈음은 가끔씩 무언가 선명치 않은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이상한 짧은 꿈들을 꾸곤 한다.
개꿈이고 꿈이 무슨 계시도 아닐 것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꿈자리가 나쁘면 뒤숭숭한 하루의 시작이 된다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제 저녁부터 갑자기 대학 강의 자료를 모두 뜯어고치는 일에 발동이 걸렸다.
원래대로 한다면 25일 개강인데 임용 날자 문제로
9월 1일부터로 강의 시작인 늦추어지는 바람에
나는 의도치 않은 1주일이라는 시간을 부여받았다.
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강의 준비 기간이 늘어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만
비워두었던 1주일이 작지만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거의 픽스해두었던 1,2 주차 수업은 물론이고
대강 준비해놓자고 생각한 5주차 수업까지의 구성을 몽땽 순서와 내용을 뒤집는 그런 일을 시작했다.
여하튼 일을 만드는 스타일이다.
쉬는 시간이 주어지면 그릇이라도 꺼내 닦는 그런 스타일말이다.
제일 싫어하는 시어머니 스타일일지도 모른다만
아직 며느리가 생길 기미는 1도 보이지 않는다.
5주차가 지나면 1주는 추석 연휴로 쉬게 되고
올 추석은 남편이 아프고 해서 일절 행사 없이 쉬는 형태가 될 것이니
그 이후 수업은 그때 정비하면 된다.
과학이라는 영역이 그렇다.
새로운 내용이 매일 매일 쏟아진다.
조금 더 새롭고 의미있고 재밌는 내용을 추가하다보면 자꾸 자꾸 강의안에 변화가 생긴다.
교양 과목인 이 강의에서 가급적 많은 과학 행사와 이슈를 설명해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아마 1주차 강의를 하고 나면
학생들의 반응과 난이도 체감을 통해서
재수정이 한번쯤은 더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은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약을 먹고는 곧장 브런치를 쓰는 것이 대부분의 루틴인데
오늘은 강의 자료 수정을 먼저 시도하고
있다가(꿈에서도 생각이 잠시 났었다.)
남편이 더 잔다고 해서(어제 인천행 일이 힘들었나보다.)
아침 밥 차리기 대신 브런치를 쓰고 있다.
순서가 바뀐 것이 나비 효과로 다가와서
나쁜 꿈의 결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는지
살짝 걱정하면서 말이다.
일 년에 한번쯤은 꿈에 친정어머니와 아버지가 나타나시기도 하는데
그런 날은 일어나면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꿈속에서의 두 분 낯빛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웃고계셨나가 매우 궁금하다.
로또 당첨을 예지해주는 그런 꿈은 아니더라도
하루의 시작을 조금은 힘들게 하는 그런 꿈이라면 이제 사양하고 싶다.
꿈자리에서 기력을 뺄 만큼 이제 젊지도
기운이 넘치지도 않다.
오늘 아침 고양이 설이는 눈꼽 세수를 시켜주는데 얌전히 앉아있다.
보통은 싫어라하면서 부르르 몸을 빼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