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지독하게 이기적이다.
요즈음 나의 최대 스트레스는 집에 온종일 있는 남편과의 안맞는 점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는 점이다.
원래도 잘 맞는 편은 아니었으나
나는 나대로 맞춰준다고 참고 노력하고 있고
(많이 아픈 사람이니)
그런데 남편은 남편대로 자기가 침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내 입장에서는 기가 차는 노릇이다만)
사람이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동물임에 틀림없다.
아프면 더더욱 이기적이 된다는 말이 딱 맞다.
일단 식사 시간의 문제이다.
약을 먹어야하니 식사 시간은 일정해야 한다.
모르는 바가 아니다.
아침을 7시 30분에 먹는다고 했다가 7시 40분에 먹는다로 바꾸었다.
그 10분의 의미까지는 나는 모르겠다.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7시 40분의 약속 시간의 의미가 나와 다르다.
나는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시작하는 시간이
7시 40분이라고 생각하고 음식 준비를 한다.
그런데 38분쯤이 되어도 방에서 나오는 소리가 없다.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고 방에 가서 이야기하면 한마디를 한다.
<시간 약속을 했는데 왜 그 전에 잔소리를 하는 것이냐고>
그리고는 40분이 되어서야 침대에서 몸을 움직인다.
결국 식사는 50분이 되어서야 시작된다.
이런 일은 아들 녀석도 똑 같았었다.
식사 준비 다 되었다고 두어번을 이야기해야만 느릿느릿 나왔다.
이런 것도 유전인가?
아니면 식사 시간이라는 그 용어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것인가?
식탁에 식사 준비가 다 되었는데
그래서 따뜻하고 조금은 맛나게 먹을 수 있을 때 식사를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은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이제야 친정 엄마가 매번 소리 지르셨던
<밥 먹으라는데 빨리 안오냐? 밥상 다 치운다.>
그 소리에 담긴 의미를 십분 이해한다.
그때는 꼭 그 시간에 무슨 일이 있기는 했을테지만
지금이라면 하던 일 다 그만두고라도 재빨리 식탁에 앉았을 것이다.
젊었을 때 나를 가장 당황시킨 것은 남편이 약속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것 때문이었다.
둘이서 한 약속은 내 속만 끓리고 넘어가더라고 해도
친정 식구들과 단체로 한 약속에서도 번번이 늦었다.
핸드폰이 없을 때였으니 화도 났다가 걱정도 되었다가 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늦는 사람은 절대 모르는 감정이다.
5분 정도가 아니라 20분 정도는 늦어서 막내 동생이
<형부에게는 약속 시간을 30분 일찍이라고 이야기하라> 는 엄명을 내리기도 했었다.
우리에게 그렇게 늦는 사람이라고 각인되었던 남편이 이제는 10년도 더 전이었던 서어머님 팔순 잔치날
내가 늦었다고 하지를 않나
(나와 아들 생각에는 시간을 잘 못 알려준 것 같다는 의심이 든다만)
자기는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이라고 하지를 않나
(도대체 몇 살부터 시간에 대해 개과천선이 일어난 것이냐. 그 이후에도 계속 늦었는데...)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이렇게 기억의 잣대가 다를 수 있나 싶다.
아니면 그 독한 항암약이 기억을 조작했나 싶기도 하다.
여하튼 이제는 7시 40분에 먹는다고 하면
나와서 식탁에 앉고 나면 밥과 국을 뜨는 것으로 작전을 변경했다.
그렇게 해야 내가 잔소리를 하는 사람이 되지 않고
내 마음도 편하니 말이다.
그런데 아침 식사를 차려놓고 점심은 도시락에 싸놓고 출근해야 할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