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라 쓰고 실수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읽는다.
나는 바보가 되는 것일까? 멍청이가 되어 가는 것일까?
하루에도 바보 똥구 똥멍청이짓을 여러번 한다.
점점 그 빈도수가 잦아지고 횟수는 정비례하여 늘어나고
상실감은 커졌다가 다들 그럴거야로 위로하기도 하고
회복탄력성을 발휘하기도 하는데 여하튼 마음은 그지같다.
바봉 똥꾸 똥멍청이가 맞다.
그리고 그 자잘한 것들 중 어제 것은 최고봉을 찍었다.
아직 그 절망감에서 완전 회복 이전이다.
골프장에 가면 라커를 하나 배정해준다.
그 라커에 나의 짐을 넣고 공은 잘 못쳤지만
마냥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샤워를 위해 다시 라커를 찾았는데
내가 배정받은 그 라커의 문의 비번을 눌렀더니
문이 안잠겨있는거다.
거기서 열어봤어야는데 내가 안 잠그고 나갔나 싶어서
다시 비번을 눌러보니 다시 문이 열리는데
텅빈 라커이다. 안에 아무것도 없다.
이것이 무엇인가 앞이 깜깜해졌다.(그다지 중요한 물건은 없었다만)
그런데 사실 그 라커쪽이 아닌듯도 싶었다. 느낌상. 반대편에 넣은 것 같은 기분이 조금은 들었었다.
그런데 반대편 라커 비번을 눌러보아도 아니다.
골프장에도 이런 소소한 잡도독이 있나 싶어서 관리직원이 마침 지나가길래 물어보았다.
놀라지도 않으신다. 옆 라커를 열어보라신다.
536번이었는데 537번을 열어보라고?
나는 내가 그 정도로 제 정신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서 혹시 하고 열어보았더니
거기에 내 짐들이 있다.
머릿속이 하애진다.
536번을 배정받고 537번을 썼다고?
만약 누가 537번을 배정받았더라면 어쩔뻔했나? 민폐녀 등극할 뻔 했다.
아무리 노안이라해도 출발 시간에 넉넉하게 도착해서 여유도 많았는데 이런 실수는 뭐냐.
도저히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없다.
절망하는 나를 직원이 위로해준다.
이런 경우 많고 많다고...
그러나 조금의 위로도 되지 않는다.
밤에는 더한 짓을 했다.
고양이 설이가 요새 너무 츄르도 안먹고
재미있게 놀아주는 아들 녀석도 없고
덥기도 하고 엄청 심심해하는 듯 하여
금단의 공간인 아들 녀석 화장실을 살짝 열어주었었다.
그 공간만 안 열어주니까 어젯밤 문을 긁어대던 것이 안스러웠었다.
설이는 갑자기 공개된 그 공간을 탐색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고
마침 아래쪽에 좁은 공간의 몸을 숨기는 곳이 있었던지 그 곳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나는 이제 잘 시간이 다가오니까 설이를 빼내려하고 설이는 처음으로 찾은 그 자리를 사수하려하고
잠시 실랑이를 벌이다가 무언가 그 안에 있는 스위치가 눌려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온 집안에 귀를 찌를듯한 비상 경고등이 울리기 시작했다.
무엇인지 나도 몰랐던 화장실 변기 옆 한 곳에
비상 사이렌이 있었나보다.
화장실에서 낙상이나 비상 상황이 생기면 그곳을 누르고
그러면 온 집안에 사이렌 소리와 함께 관리실에 연결이 되는 시스템이었나보다.
설이는 물론 나보다 더 놀라서 뛰쳐나갔고
나는 처음 인지하는 그 사이렌을 끄기 위해
동분 서주했고(당황하니 서두르게 되고 눈에 잘 안들어온 해제 버튼이 잘 안눌러졌다.)
관리실과 통화에 성공하여 간신히 그 소동의 막을 내렸는데
마침 잠에 들려던 아픈 남편이 화를 낸다.
내 스스로의 바보짓에 화가 더 난 것은 나이다.
바보 똥꾸 똥멍청이짓을 하루에 큰 건으로 두 건이나 했다.
이럴때마다 머리를 쥐어뜯으니 가뜩이나 많지 않은 머리숱이 남아 나겠나 싶다.
아마 고양이 설이는 그 화장실 탐방은 이제 욕심내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들 녀석에게 이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다.
고양이에게 너무 후하다고 이미 나에게 잔소리를 몇 번 했었다.
손주 녀석이 생긴다면 더 후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고양이 설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
모두 다 바보 똥꾸 똥멍청이 내 탓이다.
오늘은 제발 이런 짓을 하지 않는 하루가 되기를 기도한다.
오늘은 제발 제발 이런 극한 좌절감을 맛보고 싶지 않다.
실수라고 적으나 실수가 아닐지도 모르는 이런 상황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
(대문 사진은 어제 저녁 광교 실시간 해질 무렵 사진이다.
후배 촬영본이다. 멋진 하루 마무리 사진이다.
비록 내 하루는 그렇지 못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