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골목 투어 마흔 아홉번째

용산전자상가와 그 주변

by 태생적 오지라퍼

오늘의 특강은 10시 30분부터이나

아들 녀석이 근처로 풋살 경기를 하러 가는 날이니

함께 차량 한 대로 일찍 움직이기로 한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전 살았던 신용산역 주변이 목적지이다.

나는 예전 그 주상복합 아파트 입구에 내리고

아들 녀석은 우리들의 슬리퍼 산책의 주된 장소였던 용산역 인근 복합몰 안의 풋살장으로 간다.

익숙한 그 건물의 카페에 가서 오늘의 특강 자료를 최종 점검한다.

아침은 어제 산 주먹밥이고(차에서 먹었다.)

식후 디저트를 카페에서 먹는 셈인데

내 주된 목표는 커피 수혈이라기 보다는

익숙했던 그 곳과의 옛 추억에 잠기면서

변해가는 변 살펴보기와 강의 자료 최종 점검이다.

주상복합의 상가는 이 카페와 김밥집 그리고 나의 단골 병원과 약국,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다 바뀌었다.

3년이라는 세월은 그런 무게와 변화를 가져다줄만큼의 충분한 시간이다.

게다가 신용산은 부동산값이 이런저런 이유로 급등한 곳이다. 그럴수 밖에 없다.

단골 편의점에서 자주 사먹었던 그 특별한 고구마 과자는 이제 없더라. 맛났었는데..


특강은 열심히 들어주시는 분들 덕택에 무난하게 완료되었고(순전히 내 생각이다만)

후배인 원장님과 만두와 설렁탕을 배부르게 먹었고

(이남장 설렁탕은 대학때 이후로 참으로 오랫만인데 그때처럼 맛나지는 않았다.

하긴 20대때의 맛과 비교할 수 있는 먹거리가 뭐가 있으랴만.)

용산전자상가에서 앞으로의 강의를 위한 레이저 포인터(PPT 넘김 기능 포함)도 하나 샀고

이제 제법 강의로 밥을 벌어먹는 사람의 준비가 되었지 싶다만(과거에도 교사였으나 그때는 강의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많았었다. 생활지도라는 영역으로 묶이기는 하겠다만.)

어떤 일들이 앞으로 추가로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듯한 용산전자상가는 외모와는 다르게 내부는 리모델링이 곳곳에 이루어져있고(아주 썩 어울리지는 않아보인다만)

아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는 않지만

그곳에 우뚝 솟아있는 도심의 천문대도 여전하고

근처에 삐까뻔쩍한 호텔도 여전하고(금빛 조형물이 찬란하다만 나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은빛을 더 선호한다.)

도처에서 다양한 외국인들의 대화가 들린다.

그리고 용산역은 언제나 여행의 설레임으로 부산하고 활기차다.


배도 부르고 강의도 잘 진행되었으니

나를 위한 선물을 하나 주려했다.

포인터는 준비물이지 선물이 아니다.

마침 남편도 인천에서 업무상 만남이 있다한다.

오랜만에 아모레 뮤지엄의 전시 구경에 나선다.

해당 건물 자체의 디자인이 일단 수준급이어서

어떤 전시를 하더라도 멋짐을 배경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큰 이점이 있다.

각 공간별 디자인도 감각도 세심함도 최고 수준이다.

그 바탕에는 물론 예산 지원이 있겠다만...

벽, 입구, 화장실, 라커룸, 천장과 전시 안내문 그리고 심지어 소화기와 안내판까지 고퀄리티를 자랑한다.

사이즈만 거대한 황금빛 조형물은 절대 아니다.

오늘의 전시에서 받은 감동보다는 전시관의 디자인에 더한 감동을 느낀다.

그렇다.

미래는 창의적인 콘텐츠의 시대이며

세심함과 정교함의 시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용산전자상가는 과거가 많이 남아있으나 현재를 담고 있고

용산역과 신용산역은 서로 다른 반전의 면목을 보여주며

그 주변의 아모레 뮤지엄은 가장 가까운 미래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렇게 반경 2Km 내에 과거와 현재, 미래가 같이 존재하는 공간도 많지 않다.

게다가 나의 4년의 생활을 함께 했던 공간이니 더욱 소중하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 곳을 올 수 있으려나 싶지만

그 시간이 벌써 기다려진다.

방금 돌아보고 왔는데 벌써 그리운 것을 보면 나는

그 공간을 좋아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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