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돈으로만 사는 것은 아니다.

걱정되지 않을 정도의 돈과 낭만 한 스푼

by 태생적 오지라퍼

지금까지는 돈을 쫓아서 사는 삶을 살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결코 자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

적당히 돈도 쫓는 그런데 너무 티가 나지는 않는 자연스러운 삶이 되었어야

노후에 돈 걱정도 안하고 멋진 곳에 여행을 다니면서 맛난 것을 먹고 자랑하는 영화와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인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다만

아마도 돈을 중시하라는 가정교육을 받지 못했던 것에서 기인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도 아들에게 그보다는 덜하지만

돈이 세상의 최고는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그런데 매우 중요하다고는 자주 이야기한다.

나 같은 삶을 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그 마음가짐도 어쩌면 타고난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태어나면 돈에 전념하는 부자 삶을 살아보고 싶긴 하다.

원래 못살아본 삶을 그리워하는 법이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돈을 중시했으면 괜찮았을텐데

남편, 나, 아들 모두 비슷한 스타일이라

돈보다도 사람 그리고 명예, 낭만, 의미 등을 쫓느라

항상 돈에는 부족함을 느끼는 생활을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만 어쩌겠나.

더 힘든 사람들도 많으니 이정도도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월요일 저녁 8시는 내 최애 프로그램 <불꽃야구>를 유튜브 본방으로 보는 시간이다.

모든 종류의 스포츠가 인생과 비유되기도 하지만

어제 <불꽃야구>는 올 시즌 공식 경기에 처음 등판하는 투수가 3명이나 되는 경기였다.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했으니 등판을 못하고 있던 선수의 심정이 어떨런지는 미루어 짐작만 될 뿐

내가 그 마음을 다 알 수는 없다.

빨개진 눈으로 큰 호흡을 하면서 마운드에 오르는

그 세 명에게는 다 나름대로의 서사가 있다.

한 명은 갑자기 다가온 슬럼프를 극복하느라 고생했고

한 명은 어쩔 수 없는 나이와 세월을 극복하느라 고생했고

다른 한 명은 야구 선수가 아니었는데 뒤늦게

사회인 야구에서 야구를 시작하고 프로 진출을 꿈꾸고 있으니

그 한 명 한 명이 등판을 할 때마다 그런 서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뭉클해지기 마련이고

마음으로나마 무한 응원을 하게 된다.

물론 박수는 손바닥 아플만큼 친다.

성인이 되고 공식 시합에서 처음으로 홈런을 치고 자신이 더 어리둥절해하는 선수의 홈런이나

홈런 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레전드의 홈런도 당연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세상에 당연한 일이란 없다.

잘 되던 배팅이 안 되어서 고뇌의 얼굴로 계속 연습을 하는 선수도

마지막 즈음에는 힘이 빠져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도

그리고 레전드들의 일대일 교육의 힘으로 기량이

점점 늘어나는 영건들을 보는 것까지 모두가

월요일 저녁 나의 소소한 기쁨이자 안타까움이다.

그리고 그들의 연습과 화이팅을 열렬히 응원한다.

어제는 그런 낭만이 치사량을 넘어선 날이었다.


유튜브 본방을 함께 볼 사람들을 모집한다는 소식도 있다. 사인회도 열린다고 한다만.

물론 이번에도 피켓팅이 될 것이다.

나는 그 곳에 갈 수는 없겠지만(여러명이 함께 보면 정신이 없고 냉방병에 걸린다. 나는 나름 야구 해설자 입장에서의 관람을 즐긴다. 그리고 사인받는것보다 뒤에서 지켜보는것을 좋아라 한다. 물론 안타가 나오면 방방 뛰기는 한다만.)

집에서 혼자(남편이 옆에서 같이 보면 말을 시켜서 집중이 안된다. 말은 못하고 다시 돌려보기를 한다. 어제는 남편의 수다가 극에 달했다.)

묵묵히 그 시간이 주는 서사와 낭만을 즐기려 한다.

돈보다 아직도 이런 낭만을 좋아라하는 나는

이 나이에도 아직 철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돈 주고도 못사는 것이 분명히 있다.

그렇게 생각해야 돈 많은 사람이 조금은 덜 부러울 수 있어서 나온 궁여지책일지도 모른다만...

돈 걱정은 조금만 하면서 낭만 한 스푼을 얹은

그런 삶을 이번 생에서는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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