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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트 Mar 25. 2022

자랑스러운 내 후유증 들에게


'Cause all of these scars

They're all that we are


Jasmine Thompson - Let Myself Try




영혼을 너무 세게 겹쳐 붙이면,  자리를 떼어낼 , 찢겨나간 자국이 성하게 남는다. 종이 표면에 테이프 붙였다  자리가 얇아지고, 일부는 심지어 뚫어지고,  색이 변하고, 나덜너덜해지는 것처럼. 영혼이 다른 영혼과 맞붙어 있다가 이별한 자리는 거칠게 상흔으로 남는다.


아무 영혼과도 겹쳐 붙지 않으면 되거나, 떼어내지 않으면 된다. 방법은 둘 중 하나다. 뭐가 좋을까? 무엇이 가능한 선택지일까? 책임질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저 두 가지는 다 불가능한 것 같아.


내 심장의 두께는 아마 그것이 처음 발원되었을 때의 것에 비하면 아주 아주 얇은 박이겠지. 여러번 갖은 영혼들이 붙었다 뜯겨나간 자리니까.


그러니까, 뭔가를 느끼면서 살 수 있다는 게. 큰 기쁨에는 큰 슬픔이 뒤따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큰 슬픔은 감내해야 할, 큰 기쁨에 뒤따르는 후유증이라는 게. 어쩌면 받아들일 수 - 긍정할 수 있다. 피해갈 수 없는 일을 마주하고 얻은 ...... 자랑스러운 내 후유증 들에게.


참 웃기지. 나는 아픈 곳이 너무 많지만. 방황하는 삶에 적응했다는 게. 다행스럽다는 게. 참 웃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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