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문화를 수용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사랑이다
테리 이글턴의 책, <문화란 무엇인가>에 따르면, 문화(culture)라는 말만큼 정의가 다양해서 어느 하나로 절대적으로 합의되고 규정되기 힘든 단어도 없다. 문화는 때에 따라서 너무나 다양한 의미 맥락을 내포한다.
내가 정의하는 문화란, 수용될 수 있는 것(acceptable thing)이다. 반대로, 수용될 수 없는 것은 비(非)문화이다.
내 이불은 진녹색의, 보드라운 촉감의, 60수 순면 차렵이불이다. 이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은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그렇기에 이 초록색 이불은 문화이다. 달리,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이불을 덮고 자는 행위는 문화적으로 허용된다.
그러나 만약, 온통 가늘게 뾰족뾰족해서 피부에 닿으면 살갗이 아픈 그런 형체의 이불이 있고, 그걸 덮고 잔다면, 주변 사람들은 그 행위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그 형체의 이불은 결코 '이불'로 인정 받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비문화이다. 이 뾰족한 이불이라는 물체는 분명 존재하지만(available), 사회적으로 용인되지는 않는다(unacceptable).
다학제 연구자 정희진에 따르면, 사랑이란, 상대방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수용되고 싶은 욕구, 상대방과 대화하고 싶은 욕구이다.
수용되는 것으로서의 문화 개념에 기초해서 사랑을 재정의하자면, 사랑이란, 하나의 문화로서의 내 존재가 상대방에게 수용되길 바라는 욕구이고 마음이다. 나라는 문화를 인정해주길 바라는 갈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