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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수아 Nov 04. 2023

붉은 여인의 초상(8)

2023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희곡부문 선정작


7장 


성동경찰서 앞     

대호, 초조하게 서 있다. 

현서, 헐레벌떡 뛰어온다. 입가에 미소를 띤 채.      


현서   천하의 이대호가 무슨 일이냐? 여길 다 찾아오고? 

대호    현서야. 

현서   (시계 보며) 나 너랑 밥 먹을 시간 없는데. 지금 나가봐야 해서. 

대호   밥도 못 먹고 일하는 거야?

현서   가다가 샌드위치 하나 사 먹으면 돼. 내가 하는 게 그렇지 뭐. 

대호   끼니는 거르지 마. 

현서   알았어. 안 어울리게 웬 걱정. 근데 너 설마 뭐 취재하러 온 거야?

대호   아니. 나 문화부라니까. 

현서   알아. 알아. 근데 진짜 웬일이야. 나 보고 싶어서 왔을린 없고. 

대호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현서   (대호의 눈치를 살핀다.) 뭐?

대호   있잖아. (뜸 들인다.) 그….

현서   뭔데? (사이) 너 설마….

대호   응?

현서   그 익사 사건 때문에 그래?

대호   어떻게 알았어?

현서   내가 처음 얘기했을 때부터 계속 관심 가졌잖아. 

대호   눈치 챘구나. 

현서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대호   아는 사람 같아. 

현서   누가? 그 물에 빠져 죽은 사람?

대호   응

현서   그럴 리 없어. 

대호   왜?

현서   신원 나왔어. 

대호   뭐?

현서   중국 사람이래. 

대호   중국 사람?

현서   불법이민자인데, 건너온 지 얼마 안 돼서 한국말도 잘 못 했대. 

대호   아!

현서   아는 사람 맞아?

대호   혹시 그 블라우스 볼 수 있어?

현서   절대 안 되지. 

대호   ….

현서   알았어. 잠깐 기다려.      


들어간다. 대호, 초조하게 기다린다. 현서, 나온다.     

 

현서   (사진을 건넨다.) 빨리 봐. 누가 보면 나 모가지야. 

대호   (사진을 뚫어져라 본다.) 

현서   아니지? 

대호   응.

현서   (사진 뺏는다.) 대체 누굴 찾는 건데?

대호   누굴 찾는 건지 나도 모르겠어. 

현서   뭔 소리야?

대호   누굴 찾는 거냐고 물어보면 딱히 대답할 게 없어. 이름도 모르고 정체도 모르거든. 그림을 그렸다는 것밖에. 

현서   근데 왜 그렇게 집착해?

대호   모르겠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현서   그럼 찾지 마.  

대호   그러기엔….

현서   니 인생에 중요한 사람이야?

대호   중요한… 그런 건 아니고 굳이 표현하자면 강렬한….

현서   강렬한…. (다소 상처받은)

대호   표현이 좀 그랬나. 

현서   기다려 봐. 내일이나 모레도 계속 강렬하지? 그럼 내가 찾는 거 도와줄게. 

대호   정말?

현서  근데 그 감정이 점점 옅어지면 그냥 잊어. 

대호   ….

현서   알았냐. 새꺄. 빨리 들어가라. 이대호. 직장 잘리지 말고. 나 간다.      


현서, 들어간다.      

대호, 현서의 뒷모습을 보고 한참을 서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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