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희곡부문 선정작
7장
성동경찰서 앞
대호, 초조하게 서 있다.
현서, 헐레벌떡 뛰어온다. 입가에 미소를 띤 채.
현서 천하의 이대호가 무슨 일이냐? 여길 다 찾아오고?
대호 현서야.
현서 (시계 보며) 나 너랑 밥 먹을 시간 없는데. 지금 나가봐야 해서.
대호 밥도 못 먹고 일하는 거야?
현서 가다가 샌드위치 하나 사 먹으면 돼. 내가 하는 게 그렇지 뭐.
대호 끼니는 거르지 마.
현서 알았어. 안 어울리게 웬 걱정. 근데 너 설마 뭐 취재하러 온 거야?
대호 아니. 나 문화부라니까.
현서 알아. 알아. 근데 진짜 웬일이야. 나 보고 싶어서 왔을린 없고.
대호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현서 (대호의 눈치를 살핀다.) 뭐?
대호 있잖아. (뜸 들인다.) 그….
현서 뭔데? (사이) 너 설마….
대호 응?
현서 그 익사 사건 때문에 그래?
대호 어떻게 알았어?
현서 내가 처음 얘기했을 때부터 계속 관심 가졌잖아.
대호 눈치 챘구나.
현서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대호 아는 사람 같아.
현서 누가? 그 물에 빠져 죽은 사람?
대호 응
현서 그럴 리 없어.
대호 왜?
현서 신원 나왔어.
대호 뭐?
현서 중국 사람이래.
대호 중국 사람?
현서 불법이민자인데, 건너온 지 얼마 안 돼서 한국말도 잘 못 했대.
대호 아!
현서 아는 사람 맞아?
대호 혹시 그 블라우스 볼 수 있어?
현서 절대 안 되지.
대호 ….
현서 알았어. 잠깐 기다려.
들어간다. 대호, 초조하게 기다린다. 현서, 나온다.
현서 (사진을 건넨다.) 빨리 봐. 누가 보면 나 모가지야.
대호 (사진을 뚫어져라 본다.)
현서 아니지?
대호 응.
현서 (사진 뺏는다.) 대체 누굴 찾는 건데?
대호 누굴 찾는 건지 나도 모르겠어.
현서 뭔 소리야?
대호 누굴 찾는 거냐고 물어보면 딱히 대답할 게 없어. 이름도 모르고 정체도 모르거든. 그림을 그렸다는 것밖에.
현서 근데 왜 그렇게 집착해?
대호 모르겠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현서 그럼 찾지 마.
대호 그러기엔….
현서 니 인생에 중요한 사람이야?
대호 중요한… 그런 건 아니고 굳이 표현하자면 강렬한….
현서 강렬한…. (다소 상처받은)
대호 표현이 좀 그랬나.
현서 기다려 봐. 내일이나 모레도 계속 강렬하지? 그럼 내가 찾는 거 도와줄게.
대호 정말?
현서 근데 그 감정이 점점 옅어지면 그냥 잊어.
대호 ….
현서 알았냐. 새꺄. 빨리 들어가라. 이대호. 직장 잘리지 말고. 나 간다.
현서, 들어간다.
대호, 현서의 뒷모습을 보고 한참을 서 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