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을 추구하는 동물
사람은 이상을 추구하는 동물이다. 사람들은 이 명백한 사실을 거의 인식하지 못하거나, 자신은 이상을 가져본 적 없다고 지레짐작한다. 그럼에도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상에 헌신하길 멈춘 적이 없다. 설사 그 목표가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너무 평범하거나 혹은 매우 낯설게 느껴질지라도, 사람들은 각자 아무렇지 않게 이상을 위해 산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결국 그것이 우리 삶에 그럴듯한 의미를 만들어주고, 어느 방향으로든 나아갈 목적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상적인 말과 행동을 학습하고 이해한 끝에, 자신도 모르게 때론 의식적으로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상 없는 사람은 마치 어떤 의미나 목적을 갖지 못한 것과 같으며, 그것은 늑대 소년을 제외하곤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가 어떤 이상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 자신이 속한 문화권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어쩔 수 없이 특정 문화권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는다. 그곳에 대한 친숙함은 어린 시절을 보내는 동안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린다. 또 가족, 친척, 연인, 친구, 동료 그리고 지인은 우리가 성장하면서 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게 우리는 성인이 되어 특정 문화권 번영할 수 있도록 자연스레 기여한다. 이 모든 과정은 사람이 생겨나서 지금까지 멈춘 적이 없다. 여러 문화권을 경험하기 수월한 현대사회조차, 우리 마음엔 태어나고 자란 특정 문화권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고, 이상을 추구함에 있어 많든 적든 영향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찌하여 문화를 가지게 됐을까? 이것은 사람이 어떻게 진화할 수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침팬지와 갈라선 인류에게서 뇌를 비롯한 신경계는 점차 커지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어느 정도 육식을 채택한 결과였다. 다만 뇌가 커져서 육식하게 되었는지, 육식하다 보니 뇌가 커졌는지 알기 어렵다. 어쨌든 뇌에 필요한 동물성 단백질을 획득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집단 구성원 간에 협동이 요구되었다. 사냥은 채집보다 복잡하고 정교한 생활양식을 요구했고, 이는 결코 개체 단독으로 달성할 수 없는 과업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에드워드 윌슨은 인류가 점점 집단 과업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으리라 추측했다.
“(…) 사람 속으로 진화한 집단은 동물 단백질을 많이 소비하는 쪽으로 분화가 이루어졌다. 그들은 성공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협력이 필요했고, 그 노력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고기는 1그램당 에너지 효율이 식물성 식량보다 더 높다. 이 추세는 호모 사피엔스의 빙하기 자매종인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집단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그들은 동물 사냥에 의존해 겨울을 넘겼고, 대형 동물도 사냥했다.”(1)
말하자면 사람은 인류가 지속해 왔던 집단 협동을 통한 적응 끝에 등장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은 침팬지와 보노보로부터 분기한 인류와 결정적인 측면에서 너무도 달랐다. 특히 네안데르탈인과 사람은 겉모습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내면을 지녔다. 사람은 자신 내면에 생겨난 창의력을 발휘하여 문화를 창안하였고, 이것은 네안데르탈인이 결코 만든 적이 없던 무언가였다. 윌슨은 집단 선택이 우선시 되는 환경과 사람 고유의 상상력 및 기억력의 결합하여 문화가 생겨났다고 보았다.(2) 전에 없던 추상적인 산물이었던 문화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존 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도록 해줬다.
1. 에드워드 윌슨, 《지구의 정복자》, 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3, 56-58쪽.
2. 에드워드 윌슨, 《지구의 정복자》, 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3, 273쪽. “(…) 복잡한 문화의 문턱까지 밀고 간 추진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집단 선택이었을 것이다. 서로의 의도를 읽고 협력하는 한편, 경쟁하는 집단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구성원들을 지닌 집단은 그것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집단보다 엄청난 이점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집단 구성원 사이의 경쟁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고, 그 경쟁은 한 개인을 남보다 유리하게 만드는 형질의 자연 선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새 환경으로 진출하고 강력한 적수와 경쟁하는 종에게 더 중요한 것은 집단 내의 단결과 협동이었다. 다시 말해 도덕, 지도자에 대한 복종, 종교적 열정, 전투 능력이 상상력 및 기억과 결합됨으로써 승자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