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한테 전화오면 짜증나고 할말도 없어요"
최근 한 아이를 상담하며 들은 이야기입니다.
저 말만 들으면 아이와 아빠 관계가 최악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후 아이의 이야기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가 마냥 아빠를 싫어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부모는 이혼한 상태인데
이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는 아빠가 싫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2주에 한번 아빠를 만나는데
아빠와 농구를 하기 위해 학교에서
농구 연습도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겉으로는 아빠가 싫다고 말하지만
속은 전혀 달라보였습니다.
아이는 도대체 왜 아빠를 싫어하지 않으면서
말로는 계속해서 싫다고 말하는 걸까요?
'아빠 어디가?'부터 시작해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다양한 육아 예능과
최근엔 유튜브에서 자신의 자녀를 데리고 나오는
부모들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이 부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본인만이 부모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자녀들이 영향 받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죠.
신기한 것은 외적인 행동 뿐만 아니라
부모의 감정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담을 했던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사이가 좋지 않고
자신은 엄마와 살고 있기 때문에
엄마의 감정에 영향을 받게 된 것입니다.
엄마의 부정적인 감정을 아이는 인지하게 되고
엄마와 살기 때문에
아빠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의식 중에 아빠에 대한 좋은 감정이
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과는 반대의
행동들을 하게 되는 것이죠.
또한, 부모의 이혼을 겪고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는 '어른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엄마를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힘들어도 힘들지 않다고 말하거나
위의 사례처럼 아빠를 싫어하지 않지만
아빠를 싫어한다고 엄마에게 계속해서
얘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게 되니
다른 곳에서 분노가 터지거나 할 수 있습니다.
엄마, 아빠 관계에서는
감정을 억누르지만
학업 문제, 교우 관계 등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상담을 했던 아이는
학교생활에는 큰 문제는 없어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부모들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자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자녀에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부부관계에서 문제는 둘이 해결해야 합니다.
가족심리학자인 보웬은
'삼각관계'를 이야기했습니다.
부부끼리 대화를 하는 것이 불안하고
해결이 되지 않을 때 제 3자를 끌어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부부끼리 싸움을 할 때
자녀에게 대화를 거는 것을 말합니다.
'아들 지금 이게 아빠가 잘못한거야?'
이런 대화,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만약 이런 대화가 이어진다면
자녀 입장에선 누군가의 편을 들 수밖에 없어집니다.
자녀는 엄마, 아빠 다 좋은데
어쩔 수 없이 엄마편을 들거나
아빠 편을 들게 되면서
관계는 악화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죠.
결국 자녀의 문제는
부모의 문제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녀가 유독 부모 한명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면
다른 부모 한 명의 언어습관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비난을
자녀들에게 하지는 않았는지
배우자와의 문제상황에서 둘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포함시켜 해결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보시길 바랍니다.
자녀는 부부싸움의 중재자가 아닙니다.
부부싸움은 부부끼리 해결해야되는 것입니다.
자녀에게 본인의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부모가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