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는 가면에 불과했고 그 아래, 생각보다 더 낮은 바닥에 '거슬리고 신경쓰임'에 대한 불편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11개월 가까운 휴직(엄밀하게는 병가휴가 3개월, 휴직 8개월이다.)을 끝내고 복직을 했다. 인사부서에 요청을 해두었지만 원하는 곳 배치가 불확실하여 몇 군데 더 부탁을 했다. 현장(영업점)이 아닌 후선부서 배치를 요청했었고, 간신히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후선부서에 배치를 받았다.
외롭고 소외된 자리이긴 했지만, 건강해진 몸과 마음으로 현장(영업점)에 복귀해야겠다는 희망이 있었다.
영업점을 다니며 후배직원에게 빠지지 않고 감사인사와 당부를 했다.
"여러분들이 의료보험료 꼬박꼬박 잘 내준 혜택을 톡톡히 누린 ○○○입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치료 잘 받고 이렇게 여러분들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나처럼 아프지 않게, 우짜든동 스트레스받지 말고, 아니 스트레스 안 받을 수는 없으니 스트레스 잘 풀어가면서 살아야됩니대이 그라고 마흔 넘은 사람들은 자력으로 부족하니 외부 도움, 종합비타민, 비타민C 같은 거도 묵어요. 제발~~~"
아직 살아있는 증인이 하는 말이어서인지 후배들은 눈망울을 밝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복직하고 두 달쯤 되었을 때, 불미스러운 일로 자리를 비우게 된 선배지점장의 후임으로 인사발령이 났다.아직 현장근무는 부담스러웠지만 내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저..
멈추지 못하고 달려온 시간을 조금 천천히 가고 싶었다.
강제적인 '멈춤과 쉼'이어야 덜 초라할 것 같았다.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버린 직원들을 보듬어야 했다.
내 몸보다 직원들의 마음을 챙기고 분위기를 바꾸는 게 급선무였다. 조금씩 씩씩해지고 밝아지는 직원들을 보며, 쉽지 않겠지만 '마음이 먼저다'라는 생각을 하며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가야겠다 싶었다.
부임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날 퇴근 시간,
영업본부의 S부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음 날 아침에 있을 본부회의에 C부지점장을 참석시키라는 본부장님의 지시가 있었다면서..
"뭐라고요? 내일 회의는 지점장회의 아닌가요? 지점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왜 멀쩡한 사람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