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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 사람 가탁이 May 25. 2023

말 한마디에 5년이 달라졌어요!

암을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는 이들에게 드림

돈 있으면 죄가 없고 돈 없으면 죄가 있고,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가 아닌,
돈 있으면 삶이 있고 돈 없으면 삶이 없는, 유전생유(有錢生有) 무전생무(無錢生無) 라 감히 말해봅니다

2018년 4월부터 현재까지, 아직 나의 불안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졸업장(암진단 후 5년이 지났을 때 재발이나 전이가 없으면 구두로 내려지는 선고?)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졸업장을 받았다 해도 달라질 게 없지만 그래도 암투병 중이거나 암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5년이란 시간이 얼른 지나가서 나도 졸업장을 받았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을 겁니다. 저는 그러지 못했기에 더 간절합니다.


2021년 가을, 감기치료를 받는 마음으로, 또 아무 생각 없이  방사선 치료를 받았습니다. '재발암'진단을 받았으니까요.


원래대로였다면 2023년 5월이면 졸업장을 받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는 불편한 일이 생겼습니다. '재발암'은 산정특례 적용 연장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2023년 3월 정기검진(3개월마다 추적관찰을 받고 있습니다만) 시 담당선생님께 여쭤보았습니다.

"선생님! 5월이면 산정특례적용이 종료된다는 안내문자를 받았는데요 저 이제 병원 안 와도 되는 건가요?"

살짝 농담처럼 가볍게 질문을 해보았는데 돌아오는 답은 무거웠습니다.

" 당분간은 3개월마다 오셔야 됩니다"

"그럼 치료비는 어떻게... "

" 치료비 좀 더 부담하시더라도 졸업하는 게 홀가분하지 않으세요?"

" 졸업을 하긴 하는 건가요? 저 이제 괜찮은 건가요? 그럼 병원 오는 주기를 늘려주셔야죠 저, 선생님 자주 뵙고 싶지 않거든요"

담당선생님은 질문에 대답은 해주지 않은 채, 약간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잠깐동안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몰랐던 게 나았을까요? 지금도 3개월마다 피검사에 CT검사를 할 때마다 불안하고 또 불안합니다.

진료 갈 때마다 드는 적지 않은 비용을,

그나마 중증 적용으로 5%만 부담해서 다행이던 비용을 100% 부담하게 된 것이 홀가분한 일이 맞는 것일까요?


암 진단 후 생긴 습관이 있습니다. '해보기는 해 보자'입니다. 말이라도 해 보자. 가기라도 해 보자 만나기라도 해 보자 등등...

궁금한 걸 물어보기라도 해보자 싶었습니다.

국민의료보험공단에 전화를 했더니 상담직원이 친절하게 알려주더군요.

재발암은 연장이 불가하고 전이암은 연장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제가 되물었습니다

재발암은 위험하지 않고 전이암은 위험한 것인가요? 그래서 그렇게 규정지어져 있는 건가요?


잠깐동안 의미 없는 말이 오고 갔고, 되돌이표 같은 대화 속에 자세한 답변은 '민원'으로 신청하라는 말을 끝으로 통화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민원이라면 지긋지긋한 시절이 있었는데, 민원을 넣는 민원인이 되라는 말에 전화기를 소파 위에 던져 놓고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네.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면 그 방법대로 해봐 드리지요'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을 향해 마구 소리쳤습니다.


진단일부터 약 5년의 시간을 조목조목 상세하게 민원사항을 적었습니다. 전문가가 연락드릴 거라는 답을 문자로 받고, 이래서 민원을 넣는구나, 말로 통하지 않던 것이 글로는 통하는구나 ,, 스스로를 흐뭇해하며 결과를 기다렸지요. 다음 날, 민원 내용보다 더 긴 문장의 답이 메일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내용은 전과 동,

글로 길게 풀어졌을 뿐 다른 게 없었습니다. 오히려 S생명보험회사와 같이,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운운하는 글이 추가되었더군요. 

민원대응도 말보다 글이 훨씬 갑갑함을 주었습니다. 글이, 때론 일방적이기도 하니까요.


'암치료를 직접 목적으로'와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의 차이가 있을까요?

사실 암을 비롯해 질병을 가진 사람들은 가타부타 설왕설래하며 사람에게 시달리는  말싸움하는 게 정말 싫을 것입니다. 저도 충분히 싫었으니까요. 그런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담당선생님에게 외래진료 시 물어보기는 했다는 것!

한마디 더 하기 싫었지만 물어보기라도 한 것이 5년을 달라지게 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암환자분이나 암환자가족분 또는 암환자지인분은 위 내용을 꼭 공유하셔서

치료가 끝나지 않은 암환자분이나 중증질환자분들이 최소한, 비용 때문에 치료를 주저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아니 그보다, 환자들이 물어보지 않아도 의료보험공단에서 졸업 전 치료이력(항암, 방사선, 수술등)이 있다면 치료일로부터 자동연장이 되도록 규정이 바뀌길 소원합니다.


#암치료#암환자#산정특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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