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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변하는 것

<봄날은 간다>

by 재홍

사랑은 가끔 뜨거운 불꽃처럼 타오르다 차가운 재로 변합니다. 그 앞에서 우리는 오열하고 절규하지만, 정작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그냥 질문 하나일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그 질문은 <봄날은 간다>의 상우가 사랑이 변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첫걸음이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사랑이 언제나 같은 온도로 유지될 것이라 믿습니다. 사랑의 크기와 부피와 무게와 형태가 같을 것이라 착각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이미 시작부터 다른 속도와 다른 깊이를 가질 수 있습니다. 물은 100도에서 끓습니다. 하지만 알코올이 약 78도에서 끓고, 식용유가 180도 이상에서 끓는 것처럼 사람마다 사랑의 '끓는점'은 다릅니다. 어떤 사랑은 졸졸 흐르고, 어떤 사랑은 파도처럼 몰아칩니다. 우리는 이런 불균형 속에서 당혹감을 느끼게 됩니다.


사랑은 언제나 변합니다. 그것이 무정한 방향이든 아름다운 방향이든지요. 계획 없이 여행을 가는 것만큼 사랑은 좌충우돌입니다. 제시간에 기차에 오르지 못해서 상심할 수 있지만, 기차를 대신해 버스를 타서 새롭고 낯선 풍경을 볼 수도 있습니다.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서 꼭 맞는 취향의 악세사리를 살 수도, 완벽한 평점의 식당에서 최악의 경험을 할 수도 있는걸요.


그렇다면 우리를 가두고 늘리고 덥히고 물들이며, 불태우고 시들게 하고 얽매이게 하는 사랑의 변화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쩌면 답은 단순할 지도요. 일단 사랑하는 것입니다. 피라미드를 보지 못한 사람 앞에서 그 경외감을 표현할 수 없듯이 사랑을 경험해 보자는 것이죠. 온몸으로 사랑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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