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 Jul 13. 2021

아이를 울리지 않고 키즈카페에서 나오는 방법

아이에게는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가 5살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다. 두 아이 모두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라 둘은 일주일에 3~4 번은 만나서 놀았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지만 단짝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아이의 친구 @@는 떼쓰는 일이 많았다. 약속을 하고 갑자기 나오지 못한다고 엄마가 전화를 해왔다. 아이가 안 나가겠다고 떼를 써서 @@엄마가 화가 나서 못 나가겠다는 것이다. 친구와 놀 생각에 신났던 아이가 속상해할 생각 하면 마음이 안 좋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30분가량 지나서 @@엄마가 다시 연락을 해 왔다. 다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떼를 쓰던 @@가 마음이 진정되자 다시 나가고 싶다고 했단다. 결국 아이와 @@는 신나게 놀았다. 같이 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신나게 장난감 구경을 하고 점심도 먹고 재미있게 놀았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면 엄마들은 편하다. 엄마들은 손에 커피를 들고 아이들을 따라다니기만 하면 된다.


늦은 오후가 되고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면 @@는 다시 떼를 쓰기 시작했다. 집에 가기 싫다고, 더 놀고 싶다고 저녁까지 먹고 가자고 떼를 쓰다가 엄마를 폭발하게 만들었다. @@는 거의 매일 이런 식이었다. 집에 있을 때는 밖에 나가기 싫다고 떼를 썼다. 놀이터에서 놀거나 친구를 만나 놀면 이번에는 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썼다. 그러니 엄마가 지쳐서 한 번씩 폭발하는 일이 생기곤 했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아이에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 할 일을 말해줬다. 아이가 뱃속에 있지만 내 앞에 있는 것처럼 자세하게 상황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는 '또미야 지금 엄마가 설거지를 하고 있어서 물소리가 나는 거야.'라고 한다. 세수를 하거나 양치를 할 때는 '또미야 이 물소리는 엄마가 양치를 하는 소리야.'라고 알려줬다. 외출할 일이 있으면 뱃속의 아이에게 미리 알려준다. '또미야 오늘 점심 먹고 보건소에 갈 거야. 보건소에서 임산부 교육도 받고, 분만운동도 할 거야.'라고 미리 알려줬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도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외출할 일이 있으면 아이에게 미리 말해줬다. 신생아라고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가 엄마가 말하는 분위기와 목소리로 모든 것을 느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크는 동안에도 늘 아이에게 하루 일과를 미리 알려주었다. 이런 습관이 주는 가장 큰 혜택은 아이를 데리고 다닐 때 떼를 쓰는 일이 적다는 것이다.


친구를 만나서 신나게 놀고 있을 때 나는 아이에게 다가가서 5분이나 10분 후에 집으로 갈 거라고 말해준다. 그러면 놀던 아이는 '네'라고 하고 다시 놀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나는 아이에게 '또미야 이제 갈 시간이에요.'라고 말하면 아이는 별 저항 없이 놀이를 멈추고 친구들에게 인사를 한다. 신나게 놀던 아이에게 갑자기 집으로 가자고 하면 아이는 놀이가 끝날 줄 모르다가 갑자기 멈추는 것이 힘들어서 짜증을 내는 것 같다. 그런데 미리 조금 있다가 놀이를 끝내야 한다고 말하면 아이는 곧 집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놀이를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다.


@@와 키즈카페를 가면 에너지가 많은 @@는 정말 진심으로 놀았다. 신나게 놀다가 2시간이 지나 집으로 가자고 하면 @@는 키즈카페에 눕거나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냈다. 아이를 키울 때 이런 상황을 견디는 것은 정말 힘들고 지치는 일이다. @@엄마는 화가 나서 아이의 팔을 잡고 끌고 갈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매번 내가 아이에게 미리 놀이가 끝날 시간을 알려주는 것을 본 @@엄마도 @@에게 같은 방법을 써봤다. 그랬더니 아이의 떼쓰기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는 키즈카페에서 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쓰지 않고 평화롭게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엄마는 아이를 위해 키즈카페에 간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는 엄마의 시간에 따라 움직여야 할 때가 많다. 놀이에 빠진 아이에게 2시간은 10분처럼 느껴질 만큼 짧은 시간이다. 그런 아이에게 갑자기 끝났으니 가자고 하면 아이는 놀라고 당황한다.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몰라서 아직 놀아보지 못한 것도 있는데 갑자기 나가야 한다니 놀이에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다. 미리 10분 전에 알려주면 아이는 미뤄뒀던 놀이를 마저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지금도 아이와 외출을 하거나 여행 계획이 생기면 아이에게 알려준다. 한 달 후나 일주일 후에 여행을 가게 되었다고 하면 아이는 별말하지 않지만 나름의 마음의 준비를 한다. 여행 가서 읽을 책이나 장난감을 가방에 넣어두기고 한다. 영화를 보러 갈 때도 비슷하게 말해준다. 내일 저녁에 영화를 보려고 예매를 했다거나, 오늘 오후 3시에 영화 보러 갈 생각인데 어때?라고 물어본다. 아이에게 미리 알려주면 아이는 몸이 피곤해서 오늘은 가기 싫다고 하거나 무슨 영화 보는지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우리가 아이를 아주 중요한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있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아이로 인해 행복했던 시간만큼 아이에게 미안했다. 아이가 어쩔 수 없이 부모의 시간과 계획에 의해 살고 있다고 느낄 때가 그랬다.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었을 때 아이는 친구와 헤어져 낯선 곳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에 힘들어했다. 이사를 할 때 아이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사실 이사는 철저하게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달 넘게 밥투정을 했다. 자려고 누웠다가 친구가 보고 싶다고 우는 일도 많았다. 그때 나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이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아이의 시간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일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더 아이에게 미리 알려주고 의견을 묻고, 의견을 조율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맞출 수는 없지만 우리가 아이를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전 08화 카시트가 자동차를 방전시켰다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