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아들은 아직도 잠동무가 필요하다. 아이는 여전히 엄마 아빠가 재워 주는 것을 좋아한다. 9시 30분에 잠자리에 드는 아들이 잠이 들면 우리 부부는 함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아들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혼자 자려고 하지 않는다. 특별한 날이란 아들, 오늘 엄마 아빠가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혼자 잘 수 있지?라고 갖은 애교로 양해를 구하는 날이다. 우리가 혼자 자겠지 하고 TV 앞에서 버티는 날이면 평소 애교라고는 없던 아들은 갑자기 두 손을 모으고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안자요?라고 묻는다.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우리 두 사람 중 한 명은 방으로 달려간다. 이래저래 혼자 자야 하는 밤에 아들은 별 모양의 꼬마전구를 밝혀서 혼자 자는 두려움을 극복한다.
오늘도 혼자 자기 싫은 아들을 위해 내가 장렬히 잠동무를 자처했다. 아들과 별 전구 아래 누워서 도란도란 얘기하다 보면 졸린 아들은 스르르 눈을 감는다. 그 순간의 아들은 12살인데도 아기 같다. 스르르 잠이 들려는 아들에게 나는 용기 있게 물었다. 아들, 뽀뽀해도 돼? 아들은 눈을 감은 채 고개만 좌우로 저었다. 안 된단다. 그럼 그렇지.
아들은 과장 하나도 안 하고 태어날 때부터 엄마 아빠의 손길을 거부했다. 누군가 한 명은 반드시 안고 있어야 자거나 울지 않았던 아들이지만 얼굴을 만지거나 손을 잡거나 뽀뽀하거나 뭐 그런 손길은 거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심지어 신생아에게 엄마 뱃속처럼 느끼게 해 준다는 속싸개도 거부했다. 기저귀를 갈고 속싸개로 싸서 눕히면 작은 팔을 휘저어서 속싸개를 밀어서 벗겨냈다. 그런 아들에게, 그것도 12살 아들에게 하루 중 가장 예민해지는 잠들기 직전에 뽀뽀라니... 나는 나의 경솔함을 반성하며 잠든 아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잠이 들면 아들은 정말 아기처럼 새근새근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