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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Feb 01. 2021

아들, 뽀뽀해도 돼?

12살 아들은 아직도 잠동무가 필요하다. 아이는 여전히 엄마 아빠가 재워 주는 것을 좋아한다. 9시 30분에 잠자리에 드는 아들이 잠이 들면 우리 부부는 함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아들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혼자 자려고 하지 않는다. 특별한 날이란 아들, 오늘 엄마 아빠가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혼자 잘 수 있지?라고 갖은 애교로 양해를 구하는 날이다. 우리가 혼자 자겠지 하고 TV 앞에서 버티는 날이면 평소 애교라고는 없던 아들 갑자기 두 손을 모으고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안자요?라고 묻는다.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우리 두 사람 중 한 명은 방으로 달려간다. 이래저래 혼자 자야 하는 밤에 아들은 별 모양의 꼬마전구를 밝혀서 혼자 자는 두려움을 극복한다.


오늘도 혼자 자기 싫은 아들을 위해 내가 장렬히 잠동무를 자처했다. 아들과 별 전구 아래 누워서 도란도란 얘기하다 보면 졸린 아들은 스르르 눈을 감는다. 그 순간의 아들은 12살인데도 아기 같다. 스르르 잠이 들려는 아들에게 나는 용기 있게 물었다. 아들, 뽀뽀해도 돼? 아들은 눈을 감은 채 고개만 좌우로 저었다. 안 된단다. 그럼 그렇지.


 아들은 과장 하나도 안 하고 태어날 때부터 엄마 아빠의 손길을 거부했다. 누군가 한 명은 반드시 안고 있어야 자거나 울지 않았던 아들이지만 얼굴을 만지거나 손을 잡거나 뽀뽀하거나 뭐 그런 손길은 거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심지어 신생아에게 엄마 뱃속처럼 느끼게 해 준다는 속싸개도 거부했다. 기저귀를 갈고 속싸개로 싸서 눕히면 작은 팔을 휘저어서 속싸개를 밀어서 벗겨냈다. 그런 아들에게, 그것도 12살 아들에게 하루 중 가장 예민해지는 잠들기 직전에 뽀뽀라니... 나는 나의 경솔함을 반성하며 잠든 아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잠이 들면 아들은 정말 아기처럼 새근새근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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