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는 직업을 열 번도 더 바꾸었다

선택, 결단, 그리고

Dec 23. 2025

회사원, 보험설계사, 돈까스 식당 사장, 돼지국밥집 사장, 개장수, 화장품 영업, 부동산 투자, 네트워크 사업, 기업 강사, 중고차 영업, 청소 전문업체 용역, 밴 차량 임대. 그리고 지금은 다시 보험설계사.

제가 아는 선배는 지금까지 열 번도 넘게 직업을 바꾸었습니다. 때로 한길을 걷지 못하는 자신을 질책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인생 뭐 자유롭게 사는 거 아니냐고 자기 위안을 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선배처럼 그렇게 사는 인생도 아무 문제 없다는 사실입니다. 스스로 괴로워만 한다면 답답하겠지만, 그렇지도 않거든요. 다른 사람들처럼 속상해하기도 하고, 즐겁게 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럴 듯한 한 가지 업을 선정하고, 그 일에 평생 몸담아 전문가가 되고, 돈도 많이 벌고, 명성도 떨치면서, 그렇게 사는 인생이 마땅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을 그렇게 가르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제가 그 동안 살아오면서 만나 본 수많은 사람들은, 하나 같이 세상이 말하는 트랙을 벗어나 있었습니다. "이렇게 살아야만 한다"라는 교과서 인생을 그대로 지키며 사는 사람, 저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만난 그 많은 사람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멀쩡하게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힘들어하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지만, 또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행복해하기도 합니다. 지극히 정상이란 말이지요.

아버지한테 선배 이야기를 했더니, 뭐 그렇게 산다냐 하시면서 혀를 찹니다. 아버지 시대 인생관이죠.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무슨 일을 해도 먹고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는 시대입니다. 늘 하는 말이지만, 짜장면 많이 먹거나 빨리 먹는 걸로도 돈 버는 세상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 너무 많이 고민하거나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겁니다. 주변 젊은이들을 보니까, 선택과 결정 과정에서 스트레스 심하게 받는 것 같습니다.

선택과 결정도 신중해야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입니다. A와 B 중에서 무얼 고를까가 아니고요. A든 B든 일단 고르고, 이후에 얼마나 집중하고 열정 바치는가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의사 판사 되고도 옷 벗는 경우 허다하고요. 평생 막노동 하거나 호떡 팔면서도 건물 지은 사람 많습니다. 남들 보기에 그럴 듯한 직업 가져야 한다는 것은 모두 옛날 사고방식입니다. 지금은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이 좋아하고 당당하면 그만입니다.

조선시대 사고방식으로 지금을 살려고 하면 마음만 괴롭고 답답할 뿐, 자신에게 이로울 게 하나도 없습니다. 트렌드라는 걸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지만, 시대 상황에 맞게 마음을 여는 행위는 꼭 필요합니다.

직업을 고르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태도는 훌륭합니다. 허나, 선택과 결정 과정에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은 마땅한 태도가 아닙니다. 과감하게 선택하고,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는 것이 잘 사는 비결이지요.

저도 직장 생활, 보험 영업, 술집, 가시오가피 영업, 전동 휠체어 배터리 영업, 네트워크 사업, 작가, 강연가, 1인기업가 등 다양한 일을 경험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어떤 직업이 최고인가 묻는다면, 단연코 '지금 하고 있는 일'입니다. 만약 제가 또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그 때는 그 일이 최고라고 말할 겁니다.

지나간 일 돌이키며 후회하는 것도 시간 낭비이고, 아직 오지도 않은 일 걱정하는 것도 인생 낭비입니다. 무엇을 선택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택 후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가 하는 것이 인생을 결정합니다. 멋진 선택 해놓고 나태하게 살다가 인생 망치는 경우 허다하고, 별 것 아닌 선택 하고서도 치열하게 몰아붙여 위대한 인생 만든 경우도 수없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