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대신 일기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나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전문인이 아니다. 다만 꽤 오래전부터 글쓰기의 중요성을 알고 만나는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쳤던 경험을 나누고 싶을 뿐이다. 아이들의 글쓰기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을 정말 많다. 집에서도 가능하다. 아니, 집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몇 가지만 주의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글쓰기를 좋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을 놓치는 것이 아쉽다. 물론 나도 우리 집 딸들이 어렸을 때는 글쓰기에 대해 잔소리를 많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맙게도 딸들은 글쓰기를 싫어하지 않는다. 물론 '숭례문 학당'에서 진행하는 글쓰기에 일 년 넘게 참여하면서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공감의 댓글을 달아주시는 선생님 덕분이기도 하다. 글을 전혀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아이가 글을 쓰면서 자신감을 얻고 힐링까지 하게 만들어주시는 그 선생님의 능력에 감탄할 뿐이다. 진짜 감동적이다. 나는 그 역할을 할 성격이나 능력은 갖추지 못했지만 우리 아이들이 글을 쓰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주고 싶다.
우선, 학교에서 여러 학년을 가르치면서 보는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일기는 정말이지 너무 싫다. 그림일기 부분은 그냥 사뿐히 건너뛰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1학년을 가르칠 때, 그림일기를 건너뛰고 그냥 일기 쓰기로 바로 들어간다. 솔직히 그림일기가 일기보다 더 어렵다. 어른들에게 그림일기를 써보라고 하고 싶은 충동도 있다. 그럼 아이의 입장을 너무도 잘 알 수 있을 테니까. 하루 동안 있었던 일 중에 중요한 일을 골라 자기감정을 넣어 쓰는 것도 쉽지 않다. 중요한 일 중 한 장면만 정해서 그린 후 그와 관련된 문장을 써야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 아닐까. 그림이 아직 유아적인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이기에 1학년 꼬맹이들의 창작의 고통을 더 잘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그림 칸이 있고 아래 칸칸이 나누어서 써야 하는 것을 보면 숨이 막힌다. 띄어쓰기도 정확하게 하라는 압박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림에 자신 없는 아이들은 그림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한숨부터 쉰다. 그리기에서 이미 지쳐버리는 것이다. 어떤 아이는 그냥 졸라맨으로 표현하면 안 되겠냐고 애원도 한다. 그럼 정말이지 그러라고 하고 싶다. 졸라맨이면 어떠냐면서 중요한 일이 그리면 되지 않을까 싶다가도 그것은 아닌가 하고 망설인다.
그림을 잘 그리려는 부담감은 그림일기에 대한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특히 그림에 자신 없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고역이다. 둘 중 하나만 했으면 좋겠다. 그림으로 하루를 표현해서 기록하거나 글로 기록하거나. 숙제로 나갔을 때 해서 내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그림이 성의 없어 보일까 봐 대신 살짝 그려주거나 색칠을 해주거나 한다. 교사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마음도 있겠지만 대충 그린 듯 보이는 아이의 그림에 부아가 나기도 한다. 그림에 영 소질이 없는 나는 엄마로서 아이 그림일기를 봐줄 때면 한숨부터 나왔던 것 같다. 아니, 하루 일 중 중요한 일을 한 장면으로 어떻게 잘 그릴 수 있냐고~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싶기도 했다. 그림일기를 꼭 배우고 숙제로 해야 한다면 졸라맨 그림도 너그럽게 허용해주면 좋겠다. 졸라맨도 생각보다 표정이나 몸짓을 그리면서 있었던 일을 잘 표현할 수 있다. 색칠 역시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대충 해도 봐주고 안 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만화처럼 말풍선을 달아주어도 좋고... 만약 그림일기가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한다면 말이다. 여러 면에서 따져봐도 아이들의 글쓰기를 위해서는 그림일기로 시작하지 말고 그냥 일기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위에 보이는 그림일기 형식은 무엇을 위함인지 알 수 없다. 1학년이 되어서야 한글을 읽고 쓰기 하면 된다는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으면서 막상 교과서에서 그림일기를 제시할 때면 어김없이 칸이 나누어져서 나온다. 겨우 4~5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글자를 익혀 읽고 쓰기를 배우면서 어찌 띄어쓰기와 맞춤법을 잘 익혀 문장을 쓰길 바라는가. 그것도 칸으로 나누어져 나오면 글씨체도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교실에서도 지도하다 보면 다 붙여 쓰는 아이들을 시작으로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여기는 띄어야 한다 말아야 한다의 잔소리로 글쓰기 지도를 하기도 전에 지친다. 맞춤법은 무시하더라도 칸이 나와있는데 띄어쓰기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겨우 세 문장 쓸 수 있게 나누어진 저 칸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함인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알고 싶지 않다. '니들도 써봐라~' 하고 싶다고 하면 너무 막 나가는 것인가. 기억에 남는 일을 두 문장으로 정리해서 쓰고 거기에 그 일과 관련된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덧붙이는 것은 쉽지 않은데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신경 쓰라면 더 나아가 글씨도 예쁘게 써야 한다면 어떤 아이가 글쓰기에 호감을 가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 지켜야 하는 것도 많고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은 글쓰기가 재미없어지는 것도 당연한다. 그냥 쓰게 했으면 좋겠다. 제일 기억에 나는 일에 대해 몇 문장을 쓰는 것을 시작으로 그때의 느낌이나 감정을 떠올리면서 한 문장을 더 보탤 수 있다면 훌륭한 것이다.
아이들이 첫 글쓰기에서 희열을 느꼈으면 좋겠다. 자기에게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서 문장으로 표현했다는 성취감, 감정 정리를 통한 홀가분함을 느낀다면 아이들은 글쓰기에 호감을 느끼지 않을까. 부담감이 아니라 포기하는 마음이 아니라 글쓰기에 친근감을 느끼고 자신의 마음을 터놓고 툭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또 하나의 방법으로 맞이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어른의 허용적이며 편안한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 글쓰기가 부담스럽거나 지켜야 할 것이 많은 귀찮은 숙제가 되지 않길 바란다. 자기 이야기를 꺼냈을 때 어떤 이야기든 환영받고, 어떤 표현이든 용납될 수 있으며, 글로 썼다는 자체로 칭찬받을 수 있다면 아이도 글쓰기를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글쓰기를 통해 자유함을 얻을 수 있도록 여지를 두길... 우리 아이들이 나처럼 글쓰기를 통해 정신적 해방감과 홀가분함을 느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