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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반려 12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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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인순 Dec 10. 2023

입양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개는 기원전 1만 2천 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인류와 함께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세기 이전까지 동물은 인간을 위한 도구라는 사상이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동물에 대한 권리와 윤리적 책임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 산업혁명에 의해 사회, 경제적 변화와 함께 동물 권리와 지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1822년 영국에서 말, 소, 양 등에 대한 동물의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마틴법이 세계 최초의 동물보호에 관한 법률로 제정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보호법은 1991년에 제정되었다. 1975년 오스트레일리아 윤리학자 피터싱어가 저서 ‘동물해방’을 통해서 동물의 도덕적 지위를 인정하고 동물을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는 동물해방론을 주장했다. 198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처음 반려동물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사전적으로 애완동물이란 인간이 주로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거움을 위해 사육하는 동물을 말한다. 반면에 반려동물이란 동물을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소유물이 아니라, 정서적인 교감을 이루며 함께 살아가는 반려의 의미를 포함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반려인구는 전체 가구 중 25.4%인 602만 가구라고 한다. 또한 매년 발생하는 유기·유실 동물 수는 2017년 이후 약 10만 마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KB금융지주에서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입양사유가 동물을 좋아해서(32.7%), 가족/자녀가 원해서(18.7%), 또 하나의 친구/가족을 갖고 싶어서(15.0%) 순이었다. 반면에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양육포기 또는 파양 고려 이유로 물건 훼손, 짖음 등 동물의 행동문제(28.8%), 예상보다 지출이 많음(26.0%), 이사, 취업 등 여건이 변화(17.1%) 순이었다. 일반적으로 개의 평균수명은 12~15년 정도이다. 15년 동안 처음의 귀여운 모습으로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강아지의 귀여운 모습을 간직하는 시기는 보통 생후 2개월에서 한 달 정도로 아주 짧다. 펫숍에서는 판매하는 강아지들이 보통 2개월령인 이유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시기는 굉장히 짧고 일반적으로 신체적으로 성장이 끝나는 기간은 1년이다. 그 기간 동안 강아지는 급격히 몸집이 커지고 세상을 배우며 성장하는 소위 개춘기의 시기를 지나게 된다. 개춘기라는 표현에서 느껴지듯이 시기가 ‘동물의 행동문제’를 이유로 양육을 포기하는 주된 시기이다. 개의 수명은 사람에 비해 덧없이 짧기 때문에 금세 노령기가 다가온다. 노령기에 접어들게 되면 노화로 인한 질병으로 인해 돌봄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 시기가 ‘예상보다 지출이 많음’을 이유로 파양을 고려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반려견의 죽음은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정신적인 고통을 야기한다.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10세 이상 노령견을 키우는 반려가구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서비스를 조사한 결과, 32.1%가 펫로스 극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모든 생명은 생로병사의 순리 안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반려가족을 들이는 데 있어서 이 당연한 순리를 망각하는 것 같다. 또한 반려생활은 식사, 배변, 산책, 목욕을 기본으로 함께 공존하는 삶을 위해서는 반려동물에 대해서 공부하고 이해하고, 반려동물을 교육해야 한다. 아프면 동물병원에 가야 하고, 털관리가 필요한 동물이라면 미용서비스도 이용해야 하고, 집을 장기간 비운다면 호텔서비스도 이용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 역시 우리의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게 한다.

입양을 결심하고 입양준비에 대해 알아보면 어김없이 들어있는 항목이 ‘나에게 맞는 반려견 찾기’이다. 나에게 맞는 반려견을 찾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체의 연령, 성별, 단모종과 장모종, 개의 크기, 외향적인 성격인지 내향적인 성경인지, 에너지 수준이 어떠한지를 기준으로 나의 성향과 반려견의 성향을 매칭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에 대해 특정 견종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고 오해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형견, 품종견의 선호도가 강한 편이다. 품종견은 유사한 특성을 지니도록 육종 개량되어 유지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품종 특성에 따른 유사한 성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사람도 비슷할 수는 있어도 똑같은 사람은 없듯이 같은 견종이라고 하더라도 개체별로 성향의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단순히 견종을 기준으로 나에게 맞는 반려견을 찾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또한 품종견은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근친교배가 흔하게 이루어지는데 이로 인해서 유전적 다양성을 인위적으로 제한한 결과 대부분의 품종견은 유전병, 품종별 취약 질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인기 있는 품종견을 대량생산하기 위해서 흔히 번식장 또는 강아지공장이라고 일컫는 동물생산업체에서 교배, 생산, 판매가 된다. 최근 합법 번식장에서 벌어진 비윤리적인 사육, 관리로 죽어가던 천여마리의 번식견을 구조한 사건이 연일 보도되었다. 우리가 익히 '강아지공장'이라고 알고 있는 동물생산업은 과거 신고제로 영업할 수 있었으나 2018년 허가제를 도입하고 매년 감사를 통해 관리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법 번식장이라는 곳에서조차 불법적인 사육, 관리, 유통으로 수천 마리의 동물들이 고통받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과거 영국의 한 번식장에서 6년간 출산으로 고통받아오다 구조되어 18개월 뒤 죽게 된 루시가 있었다. 이 사건을 통해서 강아지공장 근절을 위한 루시법 운동이 일어났고 2018년 영국정부는 루시법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2022년 11월 연천의 허가 번식장에서 구조되던 중 사망한 한국의 루시가 있었다. 강제출산으로 인해 자궁과 질이 돌출되고 장기가 꼬여 2차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하였으나 부검결과 심장과 간의 궤사, 지방간, 담낭 확장, 장간막 유착, 소장 내 염증, 장 꼬임 등으로 엉망이었다고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강아지공장철폐와 펫숍 금지를 위한 한국의 루시법이 발의되었다. 루시법은 펫숍이나 인터넷을 통한 동물의 매매를 금지하고 자격 있는 브리더에 의한 번식과 분양, 종모견 개별 등록 및 연간 판매 마릿수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합법 번식장 사건으로 인해서 이 루시법 제정의 목소리가 더 커졌으나 현재도 정부에 계류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건들을 접할 때 우리는 피해동물로 모견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 안에는 자견과 종견이라는 피해동물들도 있다. 종견 역시 모견과 동일하게 평생을 뜬장에서 번식만을 위해 착취당한다. 자견은 태어나자마자 모견과 분리되어 중요한 사회화 시기를 펫숍에 전시된 채 보내게 된다. 그마저도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방치되거나 도살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0년 동물보호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 입양경로는 지인(69.1%), 펫숍(24.2%), 보호시설(4.8%) 순이었다. 미디어를 통해서 강아지 공장, 펫숍의 실태에 대한 보도가 이루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펫숍에서 동물을 구매하는 것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끼고 있지만 접근성이 가장 좋기 때문에 반려동물 입양경로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인을 통한 입양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결국은 동물생산업과 마찬가지로 과잉 공급에 일조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는 보호시설을 통해서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기동물은 연간 10만 마리 이상이 발생하고, 보호소에서는 수용의 제한 때문에 입양이 되지 않으면 법적 보호기간 이후 안락사를 통해서 개체수를 조절하고 있다. 하지만 유기동물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감정과 접근성이 떨어져 입양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유기동물들은 보호소 내에서 돌봄을 받으며 신체적, 정서적 치료와 훈련을 병행하며 입양을 준비한다. 또한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하여 최근에는 지자체나 동물보호단체에서 ‘입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입양센터에서 입양가능한 동물들의 정보를 확인하고 입양의사를 전달하면 입양절차의 진행을 도와준다. 또한 입양 전 교육, 돌봄 교육 등 반려인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반려생활에 대한 교육도 진행하고 입양 후에도 다양한 교육이 제공된다, 또한 동물보호법 제4조 및 제4조 제3항에 따라 지자체에서 지정한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인 유기동물 입양하는 경우 입양 시 소요되는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유기 유〮실동물 입양비 지원사업이 있다. 입양 희망자는 동물등록 완료 후 입양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동물보호센터 또는 해당 동물보호단체가 있는 지자체 담당 부서에 방문하여 접수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에게는 내장형 동물등록비, 질병진단비, 치료비, 예방접종비, 중성화수술비, 동물등록비, 미용비 등 유기동물 입양 시 소요되는 비용 일부가 지원된다.

생명을 입양하는 문제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감이다. 무소유라는 책에는 우연한 기회에 난초를 키우게 된 스님이 수련을 위해 다른 절로 며칠간 다녀올 일이 생겨 절을 떠나서도 두고 온 난초걱정에 수련에 집중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 결국은 수련을 다 마치지 못하고 난초가 있는 절로 되돌아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생명에 경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식물을 키우면서도 전전긍긍하는 마음이 생기는데 동물을 먹이고 키우는 일에 그런 마음이 안 생길 수가 없다. 반려동물과 산다는 건 무려 15년 이상을 전전긍긍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다. 또한 반려생활은 돌발상황의 연속이며,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다. 처음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할 때에 그 선택의 무게에 상응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입양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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