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 바람

아이에게서 배우는 사랑

by 채작가

무더운 여름의 아침이었다. 여느 집과 다름없이 우리 집의 아침풍경도 어린이집에 늦을까 조급한 엄마와 세상의 여유로움을 혼자서 삼켜버린 듯한 아이의 끝없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나는 이미 신발까지 신고 현관에서 아이를 재촉하는데 아이는 선풍기 앞에 서서 꼼지락거렸다. 몇 번을 불러도 안 들리는 듯 선풍기 앞에서 있는 아이에게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르고 기어이 목소리를 높인다. 나의 화난 목소리에 그제야 아이는 선풍기 앞을 떠나 현관으로 나왔지만, 작은 주먹을 꼭 쥔 채로 신발을 힘겹게 신고 있었다. 조바심 속에서 잔뜩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손을 왜 그렇게 쥐고 있어? 손 펴고 제대로 신발을 신어야지.”
여전히 주먹을 쥔 채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에 시원한 바람이 있어서 안 돼. 어린이집이 더우니까 우리 집에서 바람을 가져가서 선생님께 드릴 거야.”
그 순간, 그의 행동과 의도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선풍기 앞에서 꼼지락거리던 것도, 작은 손을 꽉 쥐고 있던 것도 모두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아이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자신들을 위해 땀 흘리며 일하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이 잡은 시원한 바람을 선생님께 가져가 더위를 식혀줄 마음이었던 것이다. 나는 아이의 말을 듣고 조급하고 짜증 났던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아이의 순수한 마음에 감동했다. 아이는 작은 행동으로 진심 어린 사랑과 배려를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돕고 싶어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아이의 마음은 나에게 그런 메시지를 전달했다. 손에 잡히지 않는 바람일지라도 그 마음은 다른 이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토요일 연재
이전 04화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