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글을 읽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우리 집 딸 방에는 지금도 거꾸로 매달린 시든 꽃들이 있어요. 생일선물로 받은 꽃다발 3개를 물관리도 제대로 안 하고 생수병에 꽂아뒀다가, 열흘 만에 완전히 말라버린 그 꽃들 말이에요. 옷가지들로 어수선한 방 한구석에서 바스락거리며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 또 관리를 못했구나' 하며 한숨만 나왔는데요.
그런데 선생님은 같은 시든 꽃을 보고 바니타스를 떠올리시고, 인생의 덧없음과 아름다움에 대해 성찰하시네요. 심지어 사진까지 찍어서 기록으로 남기시다니! 저는 그냥 '치우기 귀찮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말이에요.
딸 카톡 프로필에 올라온 싱싱했던 꽃다발 사진을 보면서도 '남자친구라도 생긴 건가?' 하며 엉뚱한 추측만 했던 제 자신이 좀 부끄러워집니다.
같은 꽃, 같은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는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요?
선생님에게는 철학이 되고 성찰이 되는 것이, 저에게는 그냥 '또 실패한 꽃 관리'일 뿐이었네요.
하지만 신기한 건, 선생님 글을 읽고 나니 우리 집 거꾸로 매달린 꽃들이 조금 다르게 보여요. 여전히 지저분해 보이긴 하지만, '아,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게 바로 배움의 힘인가 봅니다. 같은 것을 보고도 전혀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말이에요
선생님 덕분에 오늘은 딸 방에 들어가서 그 시든 꽃들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업 마지막날 받은 선생님 꽃다발은 수강생의 사랑과 존경이 담아 있어 더욱 아름다운 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