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삼빠 Oct 19. 2022

헤어짐 그리고 만남

한사람 한사람이 귀하다.

첫찌는 헤어짐의 슬픔이 오래간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사를 결정하면서 첫찌는 슬퍼했다.

3년간 다녔던 어린이집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을

무엇보다 힘들어했다.


서울에서 시골로 이사 오고 나서도

친구들의 이름을 잊지 않겠다며

사진에 이름을 하나하나 적기도 하였다.


1학년을 마칠 때까지도 많이 그리워했다.


현재는 학교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어한다.

전교생 100여 명 되는 작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한 학년당 1반뿐이다. 6년간 같은 친구들이다.

18명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16명

친구 한 명이 그렇게도 첫찌에게는 귀하다.


둘찌와 셋찌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별을 아쉬워 하긴 하지만 그때뿐이다.

쌍둥이는 소울메이트라고 하던데

둘을 보면 평생 친구 같은 끈끈함이 보인다. 

워낙 서로를 채워줘서 그런가

다른 친구를 그리워하지는 않는다.

그런 건 나도 부럽다.

첫찌도 부러워한다.



나도 헤어짐이 싫다.


후련한 헤어짐도 있지만

아쉬운 헤어짐이 더 많았다.


6살,

처음 이별의 슬픔 알았다.

이사로 친했던 친구랑 헤어진다고 엉엉 울었다.


8살,

서울로 이사하면서 단짝 친구와의 헤어짐이 슬펐다.


10살,

아버지의 교회 개척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이때부터였나 보다.

사람들과 헤어짐의 연속이..

슬픔이..



개척교회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하다.


나는 사람을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

친했던 어른들과 친구들이 교회에서 떠날 때마다

슬픔에 잠겼다.

만남과 헤어짐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어린 나이에 받아들이기 어려웠나 보다.


한 번은 정말 친하다고 생각했던 분이 유학을 갔다.

슬퍼서 엄청 울었다.

이후로 나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말 그대로 생각만 했다.


내 몸과 마음은 언제나 사람을 금방 좋아하고,

이별을 슬퍼했다.


교회에서 워낙 많은 이별을 겪어서 일까?

나도 교회를 떠나고 싶었다.

나만 이곳에서 떠나보내는 슬픔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모두를 떠나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다.


마음속으로만 간직한 채

실천은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것도 공황장애가 해결해주었다.

공황장애로 인해 도시의 고층  대단지 아파트에서

갑갑함을 느꼈고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교회 예배도 나갈 수 없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그렇게 나는 25년을 살았던 서울을 떠났다.


진짜 모두를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살기 위해 이사를 결정하다 보니 도망치듯 떠났다.

그래서 이별의 슬픔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것 같다.

내 몸 하나 지키기 위해 정신이 없었다.  

아쉬움을 하나씩 하나씩 나열하면 끝도 없지만,  

'떠남, 새로운 시작.'에 만족하기로 했다.  


새로운 곳에 온 지 2년이 좀 넘었다.

자의나 타의로나 굳이 사람을 많이 만나려 하지 않았다.

인간관계도 넓지 않다.


하지만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인연은 생긴다.

게임, 운동, 도서관 프로그램 등  

그 인연들이 헤어짐과 떠남에 또 슬퍼지는 나를 바라본다.


스스로 암시할 때가 있다.

'정 주지 말아야지, 헤어져도 슬퍼하지 말아야지.'

늘 실패한다.

늘 슬퍼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젠 통곡하거나 오랫동안 슬퍼하지는 않다.

하지만 늘 마음에 남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내가 그냥 그런 것을...






친구에 애달파하는 첫찌 아들을 보며 말하곤 한다.

"아빠도 친구랑 헤어질 때 슬펐어.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잊혀 괜찮아."

이제 아들은 어린이집 친구들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다행이다.


헤어짐은 슬프지만, 새로운 만남을 주기도 한다.

아프지만, 이 또한 지나가겠지.


우리 삼 남매도 이별의 슬픔을 많이 겪겠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내가 그럴 것처럼.




 


 

 









이전 20화 체력이 주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