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사원과 신축 고급아파트 단지가 즐비한 부자동래
2024년 뜨거웠던 한여름 대만은 이번이 두 번째다.
회사 산악회에서 다녀온 옥산(玉山 위산 , 3,952m) 등산이 첫 번째 대만 여행이었다. 이 첫 번째 대만 여행은 나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1990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1993년부터 피우기 시작한 담배를 2017년 4월 13일 대만 옥산여행을 하면서 끊었다. 물론 중간에 1년 금연, 9개월 금연, 3일 금연, 하루금연 등등 금연과의 치열한 투쟁이 있어왔다. 그러니까 24년간 담배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날이 대만에서였다. 사내커플인 와이프와 동행인지라 상당한 고민을 했다. '마누라 몰래 담배를 어디에서 피우지.' '일단 한번 참아보자' 하고 시작한 금연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귀국 후 조금 더 참아보자 생각하고 약국에서 구입한 금연껌을 두 달 이상을 달고 산 것 같다. 어렵게 금연에 성공하고 한동안은 담배 피우는 사람들 옆에 서서 간접흡연을 하곤 했다. 요즘 많이 피우는 전자담배는 간접흡연에 느낌이 없다. 담배연기에 아주 민감한 시기가 금연하고 3년간 인 것 같다. 8년이 지난 지금은 담배연기가 싫다. 정말 내가 담배를 끊었나 보다. 얼마 전 업체 사장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본인은 17년 담배를 끊었다가 다시 피우신다고 한다. 아직 방심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대만의 신추는 타오위안공항에서 차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도시이다. 신추의 인구는 45만 명 정도이며 IT기업이 많아 대만의 실리콘벨리라고 불린다. 이번 대만 출장지는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작은 회사다. 신주과학단지에는 반도체 제조공장 TSMC도 있다. 대만의 사용언어는 중국어로 거리의 각종 간판에 쓰인 한문들이 정자로 되어 있어 읽기가 편하다. 반면에 중국본토에서 사용되는 한자는 간자로 모양이 달라 읽는데 애를 먹는다.
4일간의 공장심사는 영어로 통역하면서 진행했다. 직원 모두 영어를 잘한다. 대부분의 품질문서도 영어와 대만어로 병행하여 작성되어 품질시스템을 이해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대만의 회사들 중 일부는 중국본토에 공장을 두고 있는 경우가 있다. 실제 중국 공장에 가보면 대만이 본사인 경우도 종종 있었다. 두 나라는 사이가 좋지 않지만 경제적인 협력은 원만하게 하고 있는 듯하다.
대만업체 심사 중에 연도표기가 이상해서 물어보니 답변은 이렇다. 대만에는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서기(AD)를 사용하지 않고 연도를 중화민국의 설립년도인 1912년을 1년으로 하여 표기된다. 예를 들어 2025년이면 대만에서는 2025-1911=114이므로 민국 114년으로 표기하고 있고 한다. 이것으로 알고 시내를 다니다 보니 안내문의 연도 표기는 모두 민국 몇 년으로 표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대만출장에서 중점 연구대상은 도교사원의 방문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알고 싶었다.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며 정리를 하였다. 대만의 종교는 불교(35%)와 도교(33%)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불교가 도교보다 조금 더 많다고는 하나 대부분의 사원에는 불교와 도교가 혼합되어 있다. 한쪽은 절 한쪽은 도교사원 두 종교의 차이점은 발생지가 다르다. 불교는 인도, 도교는 중국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사상은 불교는 부처와 같은 깨달음을 얻기 위함이고, 도교는 천지의 원리인 도를 따라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
불교사원(절)에 방문하기 전에 간단하게 알아야 할 사항이 있다. 절의 배치도(Lay-out)를 가람배치라고 하는데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모셔진 대웅전이 있다. 한국의 절에 들어가면 일주문, 금강문, 사천왕문, 해탈문(불이문)을 통과하고 미륵전, 지장전, 관음전, 팔상전, 극락전, 명부전, 삼성각 등이 배치되어 있다. 한국의 절과 마찬가지로 대만의 절은 토속신앙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한국에 도교신자는 거의 없다. 흔적으로만 세시풍속으로만 남아 있는 것들이 있을 뿐이다. 이와 반해 대만의 도교는 다양한 방식으로 불교와 같이 공존하고 있다.
옥황상제가 최고의 신이 나 도교 사원에서는 형상을 만들어 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관세음보살은 불교의 신인데 도교로 모셔왔다고 한다.
이번 대만 출장에서 도교사원을 여유를 갖고 돌아볼 수 있길 기대했는데 역시나 시간은 거의 없었다. 아침 일찍 뛰어나가 근처 도교사원을 방문하였다. 신추의 시내 한복판에 있는 신추 성황묘(新竹 城隍廟)(Hsinchu Cheng Huang Temple)에 다녀왔다.
성황묘는 신추역에서 걸어가면 20분 정도 소요된다. 분명히 구글지도에는 여기인데 아무리 찾아봐도 상가밖에 보이질 않는다. 자세히 보니 상가는 성황묘의 벽으로 상가 가운데에 입구가 있었다. 여기는 불교사원과 도교사원이 함께 있는 사원이다.
도교사원에 가면 앞에 모시고 있는 신들이 각각 들어주는 소원이 다르지만 참배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입구에서 향을 구입하고 향로 앞에서 소원을 빌고 향로에 꽂아 놓고 신 쪽으로 걸어와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소원을 빌면 된다. 근처에 복채를 넣는 함이 있는데 성의 껏 넣으면 된다.
대만 도교사원에서 가장 많이 형상으로 만들어 놓은 신이 마쭈(마조)로 관세음보살의 현신으로 항해자의 수호신이다. (護國天后) 모습이 성황묘에서 본 도성황야부인 상과 비슷하여 같은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대만의 각 도(都)에는 도마다 성황이 다르다. 대만 신추의 성황묘에는 都城隍爺夫人(도성황야부인:도성황의 부인)이 모셔져 있다. 農歷(음력) 7월 26일 탄생일로 이날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전갈을 던진 후 아이를 낳은 사람이 성황부인이고 같은 기적이 다시 일어 둘째 딸이 출생했다고 한다.
도교사원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모습이 있다. 삼국지의 관우이다. 관우의 이름을 관제로 신격화하여 부르는 이름으로 복마대제, 관성제군으로도 부른다. 관우는 자기를 희생해서라도 반드시 소원을 들어주는 재물의 신으로 추앙된다. 관우를 모시는 사당은 관성묘 또는 관왕묘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금복주라고 하는 소주병에 그려진 상과 비슷한 형상이 모셔져 있었다. 금복주의 캐릭터 복영감은 미륵신앙의 포대화상에서 유래한 것으로 포대화상의 배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대만신추의 성황묘 포대화상은 접근금지 상태로 모셔져 있다. 포대화상(본명 계차, 영문명 Laughing Buddha)은 도교사원과 절 모두에게 사랑받는 꿈과 희망의 신이다.
호텔에서 두 시간 동안 걷고 뛰고 해서 방문한 또 다른 도교사원인데 여기는 최신식이 많다. 사원도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모셔졌던 종이로 쓰인 위패를 불태우는 金爐(Joss paper burner)라고 하는 탑처럼 생긴 아궁이 같은 것이 있는데 이는 한국의 절에도 동일하게 위치하고 있다.
대만의 도교사원에는 한국의 절과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죽은 이의 영혼을 모시는 공간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죽은 영혼을 절에 모시고 49제를 올리고 위패를 금로에 태우는 것처럼 대만에 도교사원에는 영가를 모시는 별도의 공간을 두고 있다. 이번 대만에서 본 것은 현대 문명을 도입하여 디지털화된 영가이다.
아마 여기는 최근에 만들어진 공간으로 보였다. 의민묘라고 만 기재되어 실제 죽은 이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몇 개 없어 보였다. 여기에 입주하려면 비용을 얼마나 될까 궁금했으나 대만어를 못하는 관계로 물어볼 수가 없음이 아쉬웠다.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공간이 아닌 산사람의 안녕을 기원하는 장소가 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황묘 인근의 다른 도교사원에서 만난 문창제군. 성황묘에서 신추역으로 가는 길에 도교사원이 두 개 더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살펴보았다.
문창제군은 북두칠성의 국자 머리 바깥쪽에 위치한 여섯 개의 별을 말하는 문창성이 신격화한 것으로 인간의 운명을 관장하는 문창 부라는 천제의 관청이 있고, 문창제군은 천제로부터 문창부(교육부)의 장관으로 임명되었다고 한다. 교육과 학문과 지식의 수호신) 이 신(神) 앞에서 소원을 빌면 나의 운명을 더 좋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추 지역의 멋진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대부분 신축아파트로 보인다. 아파트 단지의 입구는 거창한 조형물과 궁궐을 연상하는 멋진 입구를 장식하는 편이다. 사진 속의 아파트는 베란다마다 식물을 심을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는데 실제 살아본 사람이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보기에는 좋아도 실제 관리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 보인다.
고속전철 신추역과 구도시의 신추역은 다른 위치에 있다. 고속전철 신추역은 현대식으로 건설되어 깨끗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2024년 8월
"끝" 다음 출장지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