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두 개의 감정이 들까?
“알바를 하겠다구요..?” 수지는 당황하며 말했다.
“네..전 사장님 같은 사장님이 좋아요. 유일하게 사람에게 따뜻함을 선물하는것 같아요.”
그녀는 말했다.
“근데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이유리요.”
“음..근데 월급이 적을텐데요.. 아직 그쪽이 첫 손님이어서..”
“괜찮아요.. 어차피 다들 돈을 적게 주거든요.”
“아..;;” 아니 무슨 이런 진상이 다 있나?
“사장님” 언제부터 수지가 사장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제가 이 공방 대박나게 해드릴게요. 혼자 일하면 너무 외롭지 않아요? 그리고 저는 오늘만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거구요! 저는 사실 일할때 만큼은 진짜 열심히 한다구요! 네?”
“음.. 그러면 일주일동안 일해보시구요. 괜찮다 싶으면 계속 일하게 해드릴게요..” 수지는 유리의 간절함을 몸소 느끼면서 자신이 진짜 괜찮은 사람이라는것을 깨달았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유리의 굳은 얼굴에 밝은 미소가 수지를 웃게 했다.
그때, 수지의 전화벨 진동소리가 이 따뜻한 분위기를 망쳐놓았다. “잠깐만요 전화가 와서요..”
수지가 보이는 휴대폰의 글자는 전남친의 이름이었다. 미련해서 지우지도 못한 하트, 전화번호를 삭제하지 못한 분노, 따뜻한 분위기를 망쳐놓은 이 기분 때문에 수지는 전남친이 너무 미웠다. 수지의 마음속에서는 받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그녀의 손은 말을 듣지 않았다.
“여보세요..” 목소리만큼은 차갑게 하려 노력했다.
“수지야, 너 갑자기 왜 헤어지자는 건데. 이유도 없이 이러면 어떡하냐구.”
“내가 말했잖아. 너가 싫어졌다고.” 수지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꺼내려 노력했다.
“아니 왜 갑자기 그래? 다른 남자라도 생긴거야? 우리 좋았잖아.”
“너 이제 그만 전화하라고 전화 받은거야. 그만 연락해.” 수지는 차갑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니, 노력한것이다.
전남친은 수지에게는 밉지만 사랑스러웠다. 1년전만해도 수지와 그 전남친은 ‘사랑해’라는 말을 쉽게 건네는 사이었다. 어쩌다 그는 수지에게 미운존재가 되어버린걸까?
수지는 그날밤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다. ‘내가 나쁜년인가?’ ‘아니지, 나쁜건 그 놈이지.’ ,’하 그런데 난 걔가 벌써 보고싶은걸.’
수지의 잠을 더 못 들게 하는 벨소리가 또 다시 울렸다. 그녀는 그가 너무 미워 전화를 받았다.
“야. 너 전화하지 말랬지. 나 요새 사업하는데(?) 너 때문에 방해된다고!”
“…….” 한밤중에 웬 차가운 공기가 수지네 집까지 찾아왔다.
“수지야, 혹시 너 아직 나 좋아해?” 쓸데없이 눈치 빠른 그가 말했다.
수지는 그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끊어버렸다.
다음날, 오픈한 날과 다르게 날씨가 화창했다. 그렇지만, 수지의 기분은 좋지만은 않았다. “사장님, 뭐 기분 안 좋은 일 있으세요? 녹차드릴까요?”
수지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를 준다는 말에 살짝 기분이 나아진것 같기도 했다.
“어! 저기 손님 오나봐요. 제가 홍보해서 그런가?”
“어서오세요..ㅎㅎ” 젊고 덩치좋은 골든리트리버상 남자가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네, 그 여기가 그 ‘마음을 뜨다’ 뜨개질 공방이 맞나요?”
“네, 맞아요..”
“아르바이트생분이 엄청 인스타에 인플루언서라, 안 찾아올래도 안 찾아올수가 없었어요.”
“아..ㅎ 그 혹시 뜨개질 배우려 오셨나요?”
“네! 전 이 목도리 만들고 싶어요.” 한여름에 웬 목도리? 밝아보이는 사람이었지만, 무언가 사정이 있는모양이다.
“아..그러시구나..음..잠시만요 재료 준비해놓을게요.”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유리가 말했다.
“전 이한결이라고 합니다.”
“자 일단 목도리를 만들려면 목도리실이 있는데, 이 색들중 어느 색을 고르시겠어요?”
“아 그 우리 수현이가 좋아하는 연보라색이요.” 이 사람도 여친이 있었구나. 여친 선물하려고 이 목도리 만드나? 수지는 연민 관련된 생각만 하면 그가 떠올랐다.
“네..그리고 뜨개질은 배워보셨어요?”
“네..그 수현이한테 배웠어요.”
“아 그렇구나, 그 여자친구랑 사이가 좋으신가봐요 ㅎㅎ”
“아..그 헤어졌어요..”
“네?”
“아 이런 말은 안 하려했는데, 수현이 얘기는 그 물어보지 않아주셨으면..해요..” 자기가 먼저 말해놓고는 남에게 뭐라하고 있다. 수지는 어이가 없었지만, 자기 같아도 그랬을 것 같았다. 아니다, 수지는 그를 잊어야한다. 그런데 왜 목도리를 선물하는거지?
“근데 왜 목도리를 선물하세요?”
“너무 밉지만, 사랑하거든요.” 그 말은 수지에게 엄청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