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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젤드로잉 Jul 23. 2022

epi.3 뭐 이런다고 인생이 달라질까?

오픈한 첫 날부터 기분이 꿀꿀하다. 하필 운이 안 따라줘 첫날부터 비가 오는 경우가 있을까? 오픈 첫날에는 적어도 비는 안 올줄 알았는데, 역시 언제나 나의 운은 완벽한 적이 없었다. 기분을 잡치며 묵묵히 자신이 하는 뜨개질에 집중한다. 기분이 안 좋을수록 뭐든지 집중하는게 지금 당장의 감정을 식게 한다. 밖에서 누군가가 화려한 옷을 입었지만 눅눅한 우산을 쓴 한 20대 여성이 수지의 뜨개질 가게로 찾아온다.

    “안녕하…세요…?”

    “네 어서오세요! 필요하신거 있으세요?”

     “아 그..뜨개질 좀 배우고 싶은데…혹시 얼마에요?”

    “저희 공방은 돈을 자유로 지불하고 있어요. 손님이 만족하신대로 돈을 지불하시면 돼요.”

    “아..그래요?”

     손님은 계속 머뭇거리며 공방 안을 두리번거린다. 슬쩍 작품을 조심스럽게 만지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힘들게 그런 작품을 만든 수지는 손님이 만질 때마다 심장이 같이 움직이는 것 같다. “펴..편하게 둘러보세요…ㅎㅎ”

첫 손님부터 진상인지, 뭘 하려는지 목적을 전혀 알 수가 없다. “저 이거 배우고 싶어요.” 손님이 고른 것은 다름 아닌 뜨개질로 만든 별모양 컵받침이었다.

      “좋아요, 잠시만요 재료를 준비할게요.”

수지는 재료를 고르며 첫 손님의 음침한 분위기가 두려웠다. 말할 때는 부드러웠지만 무언가가 그녀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았다.

     “이제 시작해볼까요? 일단 뜨개질 처음 배우시는 건가요? 아니면…”

     “처음이요.”

     “아.. 처음이시구나..ㅎㅎ 그러면 잠깐 기초부터..”

     “선생님…”

     “네?..”

     “저 커피 한 잔만 주실수 있을까요? 목이 말라서요..그리고 선생님이랑 잠깐 대화 나누고 싶어요.”

     “어..그래요..그 수업은 편히 대화 나누면서 하도록 할게요.”

역시 수지는 오늘도 운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이런것이 바로 최악의 시작이라고 하지 않던가? 첫 손님부터 진상인 경우는 드물지 않나?

수지는 커피를 갖다주었다.

      “자 여기요, 일단 수업전에 손님이 힘들어보여서 대화 하면서 쉬도록 할게요.”

       “선생님, 저는 오늘 정말 최악의 날이에요.”

수지랑 텔레파시라도 통했는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회사에도 짤리다 못해 알바까지 짤렸어요. 목숨걸고 취직해서 들어간 회사도 저에겐 지옥이었구요. 계획없이 퇴사했더니, 돈이 없어서 아무 알바나 막 했는데, 결국 다 짤렸네요..그 뿐만이 아니라..비도 오구요..그리고..”

      “솔직히 이런다고 제 인생이 달라질지 모르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진상인듯 아닌듯한 손님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비가 쏟아짐과 동시에 그녀의 눈물도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거 아세요? 손님은 오늘 저에게 고민을 털어놓아 조금 행복하다는거?”

       “네?”

        “그리고 손님, 이런 멋진 작품도 저에게 배우고 계시구요. 그리고 푸석푸석한 빗소리 때문에 굳이 유튜브에 ASMR 안들어도 감성있는 오후를 누리구 있구요..그리고 그거 아세요? 손님은요 지옥같던 방금보다 훨씬 행복해졌다는거!”

         “그렇네..요..”

        “손님, 인생은요 이런식으로 바뀌어요. 조그만한 행복이 점점 쌓이면서 나의 괴로운 인생을 조금씩..천천히 바꾸는거랍니다..”

        손님은 울음을 멈추고 나의 말을 귀기울여 들었다. 촉촉한 그녀의 볼에 조그만한 미소가 떠돌았다.

         “당신은 , 지금 꽤 행복한 사람이에요.”

         “ 선생님..고마워요..덕분에 일자리도 구할수 있을것 같아요..”

         “오 정말요? 어디요?”

         “혹시 여기서 알바해도 돼요?” 진상같던 손님이 수지에게 알바를 하겠다고 했다. 수지는 온몸이 얼어붙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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