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듯한 인생도 인생이라구요.
한결씨에게 수업을 해드리고 난 후, 수지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선생님,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아니요.. 그 작품은 마음에 드세요?”
“ 아 네, 저도 인스타에 이 공방 홍보해드리고 싶어요. 너무 친절하시고, 제 얘기도 잘 들어주시고..그리고 작품도 직접 만드니 너무 이뻐요.”
“아 ㅎㅎ 다행이네요. 또 만들고 싶으신거 있으시면 자주 오세요 ㅎㅎ”
한결씨가 가고 난 후 수지는 마음이 복잡해진 탓에 뜨개질을 해서 학생들이 만들 작품을 창작했다. 사람들은 창작의 고통 때문에 힘들다고 하지만, 수지는 창작의 고통 보다는 마음의 고통이 더 컸다. 그것때문에 작품을 망친 고통은 더 컸다. 뜨개질이란 분야에서는 완벽주의자인 수지는 자신이 뜨개질을 망친것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뭐지..이 망작은.. ‘ 수지는 작품이 망하면 자신의 인생이 망한듯이 행동했다. “유리씨, 이건 좀 별로지?”
“아니요? 넘 이쁜데요? 그거 판매하셔도 되겠어요!”
“아..그래?” 남들이 이쁘다해도 작가 마음에 안 들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법이다. 10분뒤 수지는 그 작품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사장님.. 왜 버려요..너무 이쁜데.. 저 주시지..”
“아 난 마음에 안 들어서.. 하.. 오늘따라 왜 이리 되는게 없을까..”
한 여학생이 공방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어? 손님인가? 어서오세ㅇ..” 유리는 안내하려 했지만
여학생은 도망쳐버렸다. “어? 뭐지..”
“저 학생이름이 지원인가 그렇던데, 이 동네에서 되게 공부 잘하는 친구라던데..하루종일 공부만 한다고 부모님이 되게 좋아하시더라고..”
“에? 사장님이 어떻게 아세요?”
“아, 퇴사하기 전에 저 학생의 어머님이 내 상사였거든.”
“아.. 그렇구나..”
지원은 집으로 뛰어가다 멈춰섰다. ‘하..그래..진짜 학원가기 전에 10분만 가보는거야.’
지원은 다시 공방으로 뛰쳐들어갔다. “아 오셨어요?” 유리가 말했다.
“저..구경해봐도 돼요?” 지원이 말했다.
“네 얼마든지요 ㅎㅎ”
“근데 혹시 그림도 그리세요?”
“네? 어..여기는 뜨개질만 하는..데..”
“아..그러면 혹시 그림 잘 그리는 분 있어요?”
“유리씨, 미대 나오지 않았어요?” 수지가 물었다.
“어..네..”
“유리씨가 알려주면 되겠네..ㅎㅎ”
“아니 사장님 여기서요? 학생, 여기는 뜨개질 공방이구요. 작품은 마음껏 구경해도 좋지만, 그림을 여기서 찾으시면 안돼요..”
지원은 울기일부 직전의 표정이었다.
“지원아, 그럼 너는 그림을 배우고 싶다는 거지?”
“네..근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아셨어요?
“너 명찰에 써 있잖아..ㅎㅎ”
“아..근데..저는 그냥 그 여기 있는 인형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럴까?.. 잠시만 선생님이 재료 좀 준비할게..”
지원은 천천히 공방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꿈, 목표가 공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녀의 부모님의 부담감도 덩달아 채워졌다.
“근데.. 혹시 수업시간은 얼마나 돼요?”
“음..1시간 정도..왜?”
“어..제가 뒤에 학원이 있어서요..”
“아..그러면 다음에 올래?”
“아니요..한 시간 정도는 괜찮아요..” 10분만 보고오겠다는 그녀가 마음이 바뀌어버렸다. 이미 그녀는 학원을 땡땡이 치기로 다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