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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젤드로잉 Aug 27. 2022

epi.6 알콜 없이는 살 수가 없던데..

나의 유일한 행복

“야 이수지 너 부자더라..겁나 잘 살던데 ㅋㅋㅋㅋ 공방 겁나 대박났더랔”

그러겤ㅋㅋ 레전드..그 좁은 골목에서 손님 어떻게 모은거야.. 대단하네..”

야야 내가 이 공방 잘 되는김에 오늘 저녁 쏜다” 수지는 벌써 공방을 오픈한지 일주일이 넘었다. 일주일밖에 안되었지만, 장사가 잘되는 편이기는 했다.

여기요! 맥주 1병 주세요!!” 수지의 친구가 소리쳤다.

아니야 두 병은 시켜야지! 두 병이요!”

아이고 내가 번 거 오늘 다 털리겠네 ㅎㅎ”

분위기 좋은 밤, 수지의 얼굴은 행복으로 달궈졌다. 수지에게 술은 인생의 낙이었다. 술을 먹지 않으면 기분이 우울해질 정도였다.

야 이수지 어떻게하면 그렇게 돈을 잘 버냐? 누구는 응? 알바만 하고 아직도 취준생인데..너는 어? 퇴사하고 더 잘 나가는것 같애..”

에이 아니야..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그렇지 뭐.. 난 그래도 퇴사하길 잘한것 같아. 퇴사 안했으면..흐흐히히”

뭐야 이수지 취했나봐..흫핳”

아니이..퇴사 안 했으면..나 술 먹을 시간이 없었을거 아냐 크크킄”

아 뭐야 이수지~ 술 먹으니까 겁나 웃기네 ㅋㅋㅋ”

그때..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전남친이 이 술집에 출몰한 것이다.

어..?..어?!” 수지는 술에 물들어버린 자신을 어찌할바를 몰랐다.

어? 수지?” 그는 얄밉게 말했다.

“….”

너 여기서 뭐하냐?”

뭐..뭐하긴 아주 여유롭게 술 마시고 있는데..”

잘 지냈어?”

오 뭐야뭐야 분위기 뭔데~ 우린 그럼 딴 테이블로 눈치있게 출발~” 눈치 있기는 개뿔. 수지랑 전남친이랑 헤어진지도 모르고 친구들은 가버렸다.

만난 김에 얘기 좀 하자.”

뭔 얘기..됐어 너 땜에 술 깨려그래..저리 좀 가..”

너 아직 나 좋아하지?”

뭐?!” 수지는 술이 확 깨버렸다.

대체 왜 헤어지려는건데.. 나 진짜 잘할게..응??”

하 진짜 그래 내가 이 김에 다 말해볼까? 너네 부모님이 나 만나는거 싫어하시잖아.”

어?”

야.. 내가 모를것 같애? 너 내가 니 부모님 뵌 이후로 너 갑자기 나한테 차갑게 구는거 내가 모를줄 아니? 아니면 너가 내가 싫어졌거나. 뭐 어쨌든 둘 중 하나겠지..”

그리고 내가 너 아직 좋아하는줄 알고 착각하나본데..나 너 이제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보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러니까 그만 좀 연락하시고! 나는 누구랑 다르게 나를 정말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남자 만날꺼야. 너보다 훨씬 잘나고 내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으로!! 나는 이제 너의 대한 마음 다 접었으니까 이제 나 잡아봤자 소용없어!”

야 너 말 심하게 한다. 내가 널 위해 얼마나 희생하고, 시간을 들였는데. 그리고 내가 언제 너에게 차갑게 굴었는데!! 됐어! 뭐 너가 그렇게 말해도 내가 너 잡을줄 알아?!” 나쁜놈. 이젠 잡지도 않냐? 수지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술집을 뛰쳐나왔다. 그는 분명 수지에게 차갑게 행동했다. 부모님을 뵌 이후로 그는 수지를 만날 때 핸드폰을 봤다. 그리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스킨십 따위는 기대도 할 수 없었다. “에잇! 나쁜놈 잡지도 않냐 이제..” 수지는 기분 좋았던 밤에 슬픔이 한 층 더해지며 눈물이 흘렀다. 수지는 눈물이 흐르는 순간 완벽히 그의 대한 마음이 접혔다.


수지는 공방의 닫은 문을 열어버렸다. 지금은 새벽 한 시였지만, 그녀는 손님을 받기 위한게 아니라 그녀가 뜨개질을 하고 싶었다. ‘내가 왜 그 놈 때문에 울었지?’ 마음이 접히자 그 생각부터 들었다. 그녀의 손은 자유롭게, 깊은 밤의 아름다움처럼 작품을 만들어갔다. “하..역시 술을 먹어야 작품이 만들어진다니까..크으~” 수지는 생각보다 기분이 많이 풀렸다.

끼익. 공방의 문이 열렸다. “어서오세요..’마음을 뜨다’입니다.”

                                          “여기 술 있어요?” 왠 젊은 남성이 술을 달라 하니 뭔가 무서웠다.

죄송합니다..여기는 뜨개질 공방인데요..아! 그 맥주 한 캔이 있긴 하네요..”

그래요 그러면 저는 그 와인 병 커버 만들게요.. 대신 맥주 한 잔 부탁해요.

남자는 수지에게 배울 때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혹시 그나저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아..그..유성민이요..”

작품은 마음에 드세요? 제가 보기엔 처음치고는 괜찮은것 같은데..”

아 네..”

성민씨는 술 좋아하세요?”

아..네.. 많이 좋아하죠.. 알콜 없으면 못 살거든요..저는..”

아 그래요? 저도 좋아하긴 하는데..”

전 거의 알콜 중독자에요..언제나 술이 안 들어오면 불안해지고, 이 삶을 버티기가 힘들어요. 전 한 순간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아요.”

왜죠?”

저는 맨정신으로 살면 너무 인생이 지루하고, 재미없고,..죽을듯이 괴롭고, 그냥 살기 실어져요. 근데 술을 마실 때만큼은 지금 내가 사는 삶이 조금은 잊혀지고, 내가 살아있다는 자체가 행복한 느낌이니까요. 저는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않고, 목표도 없는 짐승같은 인생이에요.”

성민씨는 하루 중에 웃어본적이 있으세요?”

네?”

성민씨는 술을 먹어야만 웃음이 나오나요?”

아마도..요?”

그러면.. 성민씨 취미를 만들거나, 누군가를 사랑해보면 어때요?

성민씨가 취미를 만들면 그 취미를 하는동안에는 10분정도 웃을수 있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보며 5분은 미소 지을수 있어요. 아니 그거보다 더 많이 웃을지도 모르죠..그리고 성민씨는 하루종일 성민씨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한적이 있나요?”

아니요..” 성민씨는 닭똥같은 눈물이 하나, 하나, 그의 옷에 떨어졌다.

“그러면 성민씨가 원하는 하루는..성민씨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세요..”

선생님.. 감사해요 선생님 덕분에 조금 웃은것 같아요.” 성민씨는 절대 울지 않을것 같은 알콜중독자였지만, 오늘만큼은 닭똥같은 눈물을 마음껏 흘리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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