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엔젤드로잉 Oct 23. 2022

Epi.7 삐삐

선 넘지 마라

어느덧 햇빛이 사람들을 뜨겁게 달구던 계절은 지나가고, 나무들이 곧 붉게 물들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 가운데, 수지는 그저 정신없는 예술가였다. 그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 네 혹시 ‘마음을 뜨다’ 공방이 맞나요?” 모르는 사람이 물었다.

“아 네.. 맞는데요?”

“어머~ 오랜만이다~ 나 김부장이에요~”

김과장. 그녀의 이름은 듣기만해도 끔찍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녀는 수지가 다니던 회사에서도 유명했다. 악렬하고, 사람들 꼽주는, 그런데 일은 잘하는 김부장. 소시오패스 김부장. 가장 큰 피해자는 아무래도 수지였을지도 모른다. 바로 옆자리였기 때문이다. 퇴사한 이유는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함도 있었지만, 김과장 때문이기도 했다.

“어머~ 이과장 진짜 오랜만이네~. 내가 최근에 뜨개질 쪽에 관심이 생겼거든. 아니~ 글쎄 뭐 인스타그램?..인가 뭔가..거기서 뭐.. 요새 뜨는 공방이 ‘마음을 뜨다’라는 거야! 아니 어쨌든 거기 사장님이 친절하네 어쩌네 해가지고, 궁금해서 찾아봤거든. 그런데 글쎄 이과장일줄은 몰랐지~. 아니 내 충고 듣고 퇴사했나했는데, 그새 또 공방 차린거야? 이과장 참 재주좋다. 아니 어쩜 이렇게 요즘애들은 여우같애? 회사 그만뒀다고 바로..ㅋㅋ 칭찬인거 알지? 야무지다는 얘기야.”

‘그녀의 습관이 또 나오는구나’ 라고 수지는 생각했다. “아 네.. 그래서 뭐.. 예약하시려고요?”

 “수지씨.. 아니 뭐 이리 띠꺼워? 사업하더니 사람 변했네.. 예약하시려고요가 뭐니 예약하시려고요가..”

‘회사 다닐 때는 돈 받아야하니까 안 띠꺼웠지..’라고 수지는 속으로 말했다.

“아..네.. 죄송합니다..그..예약 언제로 해드릴까요?” 솔직히 지금도 상황은 다를 바 없었다.

“음 오늘 오후 9시로 해줘요.”

‘젠장. 마음의 준비도 안되었는데 오늘?’ 수지는 생각했다.

“하핳..네.. 예약이 찼는데..죄송합니다..” 혹시 모르니 거짓말을 해본다.

“아이고오 수지씨 참~ 센스 없다~ 아니 ㅋ 기본적으로 아는사람이 오면 타임 빼줘야 하는게 정상 아니에요? 참나 ㅋ”

역시 그녀는 먹힐리가 없었다.

“아 네.. 그럼 해드리겠습니다.. 이따 뵈요..” 뚝. 전화가 끊겼다. 그녀의 습관이 여전했다. 꼭 먼저 끊는다. 아마 그녀는 무례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무례할 것이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그때, 유리가 출근했다.

“아 그래요 유리씨 그 오후 9시에 손님 예약 잡혔어요. 아마 엄청난 진상일테니..잘 해야할거야..”

“잉?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하.. 내 전의 지옥같은 상사였거든.”

“어우..저런 타임 다 꽉 찼다 그러지..”

“그 양반이 빼달래..”

“아.. 진짜 보통이 아니네요. 일단 뭐 어쩔 수 없죠.. 근데 괜찮으세요?”

“괜찮진 않은 것 같아..” 수지는 벌써부터 기가 빨리기 시작했다. 수지는 앞에 2명의 손님이 있었지만, 별로 만족한 것 같지는 않았다.

“하..뭐야.. 이 사람 양심없네 ㅋ 돈을 천 원 밖에 안 낸다고?” 유리가 말했다.

“저기요! 손님! 솔직히 천 원은 좀 아니지 않나요? 저희 가격표에 보시면 기본이 2 만원입니다.. 고.객.님..!”

“하..시끄러..네..” 손님은 2 만원을 유리에게 주었다.

“하 사장님 뭔 저런 진상이 다 있대요 ㅋ 제가 그래도 2만원 받아냈어요.. 아니 만족한 만큼 내라 했더니 저렇게 주면 진짜 ..말이 안 나오지..”

“유리씨는 성격이 할 말 다하는 성격이구나..”

“네..아니 할 말은 하고 살아야죠. 사장님, 앞으로 진상이 많을텐데 그럴 때마다 대처 안 하면..그냥 이렇게 가만히 당한다니까요?”

“나도 그러고 싶어..”

유리는 가만히 수지를 바라보았다. 유리는 수지를 대충 이해했다는 눈치였다. “사장님, 제가 그 진상 대처 도와드릴게요..”

“아니, 너가 알려줘. 하는건 내가 직접해야 할 것 같아.”

“좋아요.”

  또각또각. 그녀의 발자국 소리가 유난히 날카로웠다. 그때, 김부장이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마음을 뜨다’ 입니다.” 유리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을 뜨다’? ㅎ 이과장답게 참 ㅋ 유치하다.”

“아.. 오셨어요? 그 혹시 뜨개질 할 것은 정하셨나요?” 수지도 덩달아 긴장되었다.

“어.. 글쎄? 여기서 가장 잘나가는게 뭐에요?”

“어..스웨터가 가장 잘 나가지만, 그 초보라면 조금 어려울수도..”

“이과장! 지금 내가 초보라는거야? 나.. 몇 번 해봤다니까!” 과잉해석하는것도 그녀의 특징 중 하나였다.

“아 그러면 스웨터로 준비해드릴게요..”

 솔직히 스웨터는 몇 번 해본 것 가지고는 되는 작품이 아니었다. 스웨터는 뜨개질을 시작한지 6개월 된 사람도 쩔쩔 매는 것이 스웨터였다. 그렇지만, 그녀가 소리질렀기 때문에 수지는 조금 두려워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아마 김부장은 완성을 제대로 못하고 수지에게 화낼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일단 수지는 그녀에게 가르쳐주었고, 예상대로 그녀에게는 너무 어려운 작품이었다. “아잇! 그건 또 뭐야?!”

“부장님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이거는 너무 어렵다고요..부장님한테는..”

“하 ㅋ 야..이과장 퇴사한지 오래되어서 날 잊었나본데.. 내 신경 건드리지 마.. 이과장..”

“그리고 부장님 저 퇴사했기 때문에 이과장이라고 부르시는거 불편합니다. 그리고 반말하는것도 기분이 좋지 않고요.”

“이과장!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니? 회사에서도 그렇게 정신머리가 나가있더니 ㅋ 뭐? 불편해? 너 지금 그리고 손님한테 할 소리야? 야 니 직업은 서비스업이야.. 그러면 서비스 직업에 맞게 행동하라고!!!”

“손님! 선 넘지 마세요!” 수지가 처음으로 소리쳤다. 그녀는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뭐?!”

“선 넘지 마시라고요. 손님, 사람 간에는 선이 있습니다. 그 선은 상대방이 당신을 무례하다고 느낄 때, 넘었다고 판단하는겁니다. 손님이 아니라 제가요. 손님은 지금 선을 넘으셨습니다. 그런 발언은 매우 무례합니다.” 라고 수지는 차갑게 말했다. 유리는 수지의 눈치를 보았다. 수지가 그렇게 무서워보인건 처음이었다.

“….” 김부장은 말이 없었다.

“제가 가만히 있으니 느끼는 게 없다고 느끼시나본데요..저도 손님과 같은 인간입니다. 서로 간의 예의는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부장은 말 없이 씩씩대며 나갔다. 수지는 문을 붙잡으며 웃으며 말했다. “손님? 기본요금은 2 만원입니다.^^”

이전 07화 epi.6 알콜 없이는 살 수가 없던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