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로 Apr 01. 2023

나는 동그라미 모양인데 그 회사는 별 모양이라서

제5화

[이 글은 현재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를 연대기로 정리하는 시리즈 글입니다. 브런치와 네이버 카페 강한 영어학원 만들기에 업로드합니다.]


1화 영어 이름으로 제니퍼를 정했는데 철자를 모르겠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199

2화 내가 수업 시간에 최초로 ‘외운’ 영어 문장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1

3화 별스럽지 않은 날의 퉁퉁 불은 오뎅꼬지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4

4화 문제는, 나는 그들과 비슷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https://brunch.co.kr/@25d4710156dd489/206






광고동아리는 여러모로 새로웠다. 


첫째, 내가 다니던 대학교가 아니라 다른 친구들의 대학교 강의실에서 회의가 진행되니 여러 학교의 교정을 누빌 수 있었다. 


둘째, 그 학교 학생들이 즐겨 찾는 3,900원짜리 삼겹살집, 떡볶이를 파는 카페, 꿀막걸리가 맛있는 선술집, 각종 가성비 맛집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보다 가장 새로운 점은 크리에이티브에는 학벌이 중요하지 않다는 인사이트였다. 



동아리에 합격하고 같은 기수를 만나게 된 첫 총회날, 서로 자기소개를 했다. 


그중에서 소위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 순서로 따졌을 때 나보다 학벌이 좋은 사람이 없었다. 


나는 속으로 기세등등했다. ‘뭐야. 내가 1등이네.’ 


그리고 그 생각이 산산이 부서지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광고동아리 특성상 공모전에 자주 참가하게 된다. 


우리 동아리도 신입 회원들을 바로 공모전에 투입했는데, 나는 언제나 입상하지 못했다. 


나보다 ‘못한 대학’에 다닌다고 속으로 생각했던 친구들이 입상했다.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과 오만이 깨지던 순간이다. 


마치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인기리에 방영했던 <피지컬:100>에서 탈락한 참가자가 본인의 토르소를 망치로 깨듯, 나도 새로운 탄생을 위해 처참히 부서졌다.




밤을 새우고 낮을 쌓으며 광고 분석 스터디를 준비하고, 공모전에 참가하고, 경쟁 PT를 하며 마케팅에 대한 대학생으로서의 경력을 쌓고 쌓았다. 


나는 진심이니까, 그 진심이 나를 뽑아 주었으면 하는 회사에도 닿을 줄 알았던 건 내가 순진해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나의 진심은 동그라미 모양인데 그 회사는 별 모양이라서 맞지 않았던 걸까. 


인생에서 사람들이 정해놓은 기준에서 큰 벗어남 없이 모범생으로 자라던 나의 취업 성적표는 낙제에 가까웠다. 


충격이었다. 


투자 동아리에서 “회계나 금융권 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준비하던 친구들은 정말로 대기업의 짭짤한 초봉을 받으며 삼성맨, 현대맨, 전문직이 되었고 열네 명의 베프 대학 동기 무리 중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가지 못한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광고 동아리에서도 유명 대형 광고대행사에 척척 붙는 친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내가 쌓아온 것들이 모두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삼성맨, 현대맨, 잘 나가는 AE가 되기 전에 그저 대학생이었던 나의 친구들은 언제나 나를 보고 그랬다. 


어쩜 그렇게 열심히 사냐고. 너를 보고 본받아야겠다고. 


나를 우러러보던 친구들은 좋은 회사에 취업을 하고, 나만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에 자격지심에 휩싸였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서 토끼는 중간에 나무 그늘에서 낮잠에 빠져 시간 낭비라도 했지. 


나는 계속 전력 질주를 했는데 왜 이 레이스에서 져야만 하는 거지? 




그 때에는 답을 내리지 못했지만 지금 나름대로의 답을 내려 보면 이렇다.


레이스는 그때 끝난 것이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이고, 또는 모두 코스가 다른 레이스를 달리고 있을 수도 있다.


열심히 한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고, 공부 잘 한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노력들과 어떤 개인적 성향과 어떤 운과 어떤 타이밍이 잘 조합이 되어 어떤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특히 이 결론에서 운과 타이밍을 언급한 이유는


첫째, 대기업에 가지 못하고 회사 생활을 졸업함에 대한 나의 속세적 아쉬움을 표하는 푸념과

둘째, 영어 강사로서 좋은 학생들을 만나 큰 탈 없이 현재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음에 대한 감사와 겸손을 상기하기 위함이다.





<다음 편에 계속>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매거진의 이전글 문제는, 나는 그들과 비슷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