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효과 2

by Traum

2017년 1월 한겨울


집주인 통보.

"우리 딸이 임신을 했으니, 집이 필요하니 한 달 안에 너희가 나가야겠어. "라는 간단명료한 편지를 받았다.

바로 올라가서 물었다,

"너희 딸 위에 살잖아. 지금 당장 한 겨울에 집을 어떻게 구해서 나가?"


유럽이 다 그럴 것이다.

집 구하기;

부동산에서 집을 구하지 않으며, 인터넷에서 나온 집에 직접 이메일을 보내면, 그 집주인이 우리의 개인 정보를 다 확인하고, 소득까지 다 제출해서, 우리는 알 수 없는 수많은 경쟁자들과 소리 없는 "집주인 마음에 들게 되기" 경쟁을 통과해야만 집을 구할 수 있다.

집 나갈 때;

집은 반드시 모든 벽에 페인트 칠을 해야 하고, 집주인은 그 집에 세입자가 얼마큼 살았던 상관없이, 이사 오기 전의 단계를 원하기 때문에, 특히 외국인한테는 이런저런 갖가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다 대고, 보증금에서 깎아야 한다며, 보통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다. 다만, 그 외국인이 이 나라에 사는 게 한두 해가 아니라는 걸 안다면, 반 정도는 돌려주기 위해 나름 애쓴다. 그것도 이사 후 몇 달 후에...

이사;

모든 가구를 우리가 분해해서, 옮겨서, 조립해야 하고, 이삿짐센터는 쉽게 구할 수 있지 않을뿐더러, 너무 비싼데 일은 못해서, 웬만한 모든 사람들은 너무 큰 가구가 있지 않는 한, 알아서 해결한다.


나는 큰아들이 학교에서 오면, 동생을 좀 보라고 하고, 이 집 저 집 초인종을 누르며, 빈 집이 있는지 물었다. 왜냐하면, 큰아이의 전학이 힘들기 때문이다. 어느 동네로 집이 구해질지도 모르는데, 어느 학교에 어떻게 전학을 갈지, 그 또한 너무도 복잡하고 오래 걸리기에, 전학을 생각하고 다른 곳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잘 지내고 있는 다른 이웃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딱 집주인만 빼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주고 싶어 했다.

그 와중에... 집주인은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나랑 눈이 마주치면 "집은 구했어? 언제 구할 거야? 너네 못 구해서 못 나갈까 봐 우리 딸이 스트레스받을까 봐 너무 걱정이 많아. 빨리 좀 구할래?"

내가 그랬다...

"너네는 너네 나라에서 집뿐 아니라, 네가 마음먹은 일이 하루이틀 안에 해결된 적 있어? 우리도 시간이 필요해."

그랬더니, 집주인의 이 말로.. 나는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았고, 그날로부터 약 3달간 무슨 정신으로 살았는지 모르겠다...

"네가 아무 도움 없이 아기 낳고 아기들 키우고 하는 거 보니, 혼자 육아를 하는 건 너무 말도 안 되게 힘들어. 나는 내 딸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도울 거야. 나는 너네 부모처럼, 내 딸이 힘든데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내 손주도 할머니 사랑을 받아가며 크게 할 거야. 너네 애들처럼 할머니도 못 보게 살게 하지 않을 거야. 너는 불쌍하게 너네끼리 아무 도움 없이 살지만, 내 딸은 내가 있거든. 그러니 내 딸이 너희 때문에 스트레스받기 전에 빨리 나가"


내가 왜... 이것을.. 다 알아들어서... 왜... 내가... 독일어를 왜 알아들어서...


나는 그날 이후로 눈이 펑펑 내리고, 길이 미끄럽고, 너무 춥고 눈보라가 휘날리는 날에도, 매일같이 오후에 2시간 정도씩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구할 때까지 다녔다.

남편이 퇴근 후 알아보려면 저녁시간이기에 불가능하고, 주말은 또 주말이라 불가능하다.

또한 인터넷에는 당장 이 동네에 집이 나와있지 않기에, 나는 낮에 직접 다닐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울었으며, 애기를 집에 두고 나와있는 마음에 불안함을 항상 갖은 채, 얼마나 뛰었으며, 얼마나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는지...


그러다가 같은 거리에 다섯 집 건너 있는 집이 비어있다는 소식을 듣고 초인종을 눌렀다. 독일 남자가 나온다. 오후에 남편이랑 같이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바로 앞집에 내가 "Papa, Mama"라고 부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동행해 주셨다. 모두가 모여서 이야기를 하게 됐다. 어떤 상황이며, 언제 이사를 해야 하며 등등...

그 집주인은 얘기한다.

"외국인이 이렇게 적게 버는 줄 몰랐네, 아마 대기업 청소아줌마도 너의 두 배는 벌걸?"

같이 간 할아버지가 우리 두 손을 꼭 잡는다.

나는 그 자리에서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그러면 안 됐는데, 나의 한계를 넘어섰던 것이다.

지근은 돌아가셨지만..동행해주셨던 할머니가 나를 잠시 복도로 부른다.

"저 사람 졸부야. 한 번도 일을 해보지 않았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야. 무식한 사람이 떠드는 거라 생각하고, 그냥 참자. 일단 저 집에서 나와야 해! 이 집 잡아서, 저 집에서 나오고 보자! 참아. 그냥 참아. 우리가 있잖아. 우리만 떳떳하면 되는 거야!"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남편 손을 잡았다.

"오빠, 참자. 일단 저 집에서 나오자."


참았더니 계약을 하게 됐다. 그냥 외국인이라고 떠들고 봤던 것이다.

우리는 5월에 이사를 하게 됐다. 집주인도 생각보다 빨리 나가게 돼서 기쁜지, 페인트칠하지 말라고 한다.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나는 아이들과 친구들과 낮에 짐을 옮기고, 남편이 저녁에 퇴근하면 큰 물건을 같이 옮겼다. 주말만 되면 가구를 분해하고 나르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비워지는 곳은 다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큰 물건들은 하루를 잡아 많은 친구들이 도와주었다.

그 와중에 집주인의 말,

"애기 물건 좋은 거 우리한테 남겨두고 가도 돼"

"너네 둘째가 입던 옷, 다 너무 이쁜데 나한테 다 줘"


집주인한테 열쇠를 주는데, 집주인이 얘기한다.

"페인트 칠 너네가 안 해도 된 다했잖아, 그런데 생각해 보니 해야 할 거 같아. 그런데 이미 다 나갔으니, 돈으로 받을게. 2천 유로 주고 나가"


우리는.... 참고 있던 게 터졌다!

1월 5일 편지부터, 다 알아듣는 나이인 첫째, 그것도 모자라 둘째 애기한테까지 약 5개월 동안 괴롭힌 모든 것을 다 얘기하며, 책상을 치며 큰 소리 내며 터졌다.

아무 말도 못 하는 집주인...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는 집주인.

우리는 당장 열쇠를 받았다는 서명을 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그렇게 끝냈다.


그렇게 몇 년 후... 코로나 몇 년이 지나고..

새로 간 집의 집주인 와이프가 정신병원에 드나들기를 하고, 점점 이상해지고, 결국 우리는 또 이사를 했다.

그 거리에서 나온 건, 신의 한 수였다고 할 수 있다!!!


2022년 늦가을


길에서 우연히 그 집 옆집 이웃 할머니를 만나서 너무도 반갑게 인사했다. 할머니는 차에 타고 계셨고, 나는 걸어가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중간에 그냥 차를 세우시더니 내리신다. (뒤에 차 많은데..... 음....)

"하나님은 살아계셔!"

엥? 갑자기? 나는 뒤에 있는 많은 차들이 더 걱정이었다.

"어어! 맞아! 그런데 뒤에 차가...." 그러는데,

"내가 너를 만나고 싶었어! 옆집 말이야! 지난주 비 많이 왔잖아! 그때에 집이 물에 다 잠겨서, 경찰에 소방차 오고 난리도 아니었어. 어떻게 집이 2층까지 물에 잠길 수가 있어?? 가구 다 떠내려가고, 새벽에 그 집 애기들 자다가 물이 차서, 그 딸이랑 사위가 애들이랑 물에서 겨우 나왔어!!! 다른 집 다 멀쩡한데, 그 집만 그래!!! 그래서 그 여자 지금 어디 호텔에 있는지 어쩐지, 아무래도 오랫동안 집 못 들어갈까 같아. 하나님은 살아계셔! 그렇게 못된 짓 하더니 결국 이렇게 돌려받는 거야! 그동안 잘 참았어! 가슴에 맺힌 억울함 이제 내려놓아도 돼!"

나를 완전 꽉 안아주시고, 다시 차를 타고 가셨다...


그 집을 보았다.

정말 물에 잠기고, 폐허가됐다.

눈으로 보아도 믿기가 힘들 정도였다.

지나간 날들이 떠오르며 우리는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아이들도 느끼게 되었다.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을...


어느 날의 쌍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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