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나는 택시 타고 가는 중의 정적이 불편하다.
그래서 택시 기사님께 말을 잘 거는 편이다.
택시 운전은 흥미로운 직업이다.
행선지가 분명한 바쁘고 낯선 사람들을 도시 이곳저곳으로 계속 실어 나르며 모든 시간대에 활동한다.
그리고 어디에 있어도 납득이 되는 도시의 풍경 같은 존재다.
그동안 운이 좋게도 꽤 괜찮은 기사님들을 만난 것 같다.
오늘 이야기는 그중에 가장 귀여운 기사님이셨다.
부루퉁한 얼굴로 반려견에 대한 불만으로 입을 떼시더니 결국은 포메리안 모녀의 걱정으로 한참을 이야기하셨다. 나이 들어가는 어미 강아지를 보니 마음이 아프고 그 녀석 무릎 관절이 걱정되고 늦게라도 중성화 수술을 했어야 했던 건지 후회되고 퇴근해서 만날 생각에 기쁘다고.
반려견이 없는 나는 미처 다 알지 못하는 내용이지만 언뜻 들어도 애정이 가득 담겨있어서 듣기 좋았다.
기사님이 사랑하는 존재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는 것을 듣다 보니 나는 이상하게 기분이 좋고 힘이 났다.
사랑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든지 에너지로 환원되는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