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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Feb 02. 2017

따뜻하고 싶다 ㅡ제주도 올레길 3코스

온평포구, 통오름, 독자봉, 두모악, 신천목장, 해비치 표선해수욕장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제주가 아니면 따뜻하다는 촉촉하다는 말을 할 수 없는 1월의 계절이다. 

비가 온다는 건 상대적으로 따뜻하단 이야기다. 그 비 오는 연휴의 중간 날 제주로 와서 여기에 사는 동생에게 짐을 전달하고, 제주의 동쪽 해안가를 돌면서 작년 말에 걸었던 2코스의 마지막 '온평포구'로 왔다. 




그 포구에서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 난산리 중산간지역 마을을 오르며 갈 때까지도 비는 쏟아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비 냄새와 풀냄새가 어우러져 코끝을 싱그럽게 하고, 인적이 없는 그곳에서 나만의 고독을 즐긴다. 

유채꽃이 벌써 화창하여 겨울이 짐 풀기 전에 봄이 온건가 의심하게 한다.

한참을 가다 머물러 간식을 먹는데 '온평포구'에서 스쳐봤던 외국인 10여 명이 지나간다. 

한 친구가 뒤쳐져 가길래 말을 붙였더니 미국에서 왔고, 그 그룹이 영어 선생님들 그룹이란다. 

다들 즐거운 듯 탐험을 즐기는 아이들처럼 막대기를 들고 개를 앞세우고, 웃는 얼굴로 숲을 헤쳐간다. 

한 여선생님이 유독 웃는 얼굴로 해맑은 눈인사를 해줘서 잠깐 마음이 심쿵 했다. 

어떤 곳에 이르니 돌하르방을 길에 두었는데 그 모습들이 너무 자연스럽고 아름다워 보여 사진을 찍고 나오는데 뒤이어 온 그 친구들이 마치 인디애나 존스의 친구들이라도 된 것처럼 조심조심 수색을 한다. 




그들을 남겨놓고 이제 철이 끝난 '감귤나무'를 지나 벌써 활짝 펴버린 '매화나무 꽃'을 보고 씩 웃음이 흘려진다. 벌써 여기는 봄이구나 생각하니 제주는 보석 같은 곳이다. 

멍멍 강아지가 짖어 내려보니 삽살개다. 

마치 사람처럼 나를 쳐다보고 있어 한편으론 무섭기도 한편으론 신기하기도 하다. 

먼저 가서 '통오름'에 오른다. 

오름은 황금빛 갈대들로 가득해 가는 길 하나하나가 금빛 물결이다. 

그 금빛 길을 바람과 어우러져 걷고 있자니 길이 참 호화스럽다. 

천천히 내려와서 건너편에 있는 '독자봉'에 오른다. 이 오름에 '독자봉'이라 이름 붙인 후 이 밑에 마을엔 유독 독자들만 많다고 한다. 다음엔 '형제자매봉'으로 건의해 봐야겠다. 

그 오름을 오른 후 둘러 가는 길엔 이스트섬의 석상처럼 무덤석이 가로세로로 놓여있다. 

그 아름다운 무덤석들과 금빛 갈대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스케치북을 펼치지 않을 수없어 그림을 그려나간다. 

그림을 반 정도 그렸을 무렵 외국인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속으로 아까 미소를 지어줬던 그 여선생님이 이 그림을 보고 한마디만 해준다면....

"beautiful" 

아까 처음 인사했던 남자 선생님 목소리다. 

여자 선생님은 그냥 지나쳐가고, 아마 그 아름다운 미소는 정말 인사의 미소였나 보다. 




나머지 시간은 더 그림에 집중한 후 녹차밭을 지나 마을을 거쳐 김영갑 작가의 '두모악'에 도달한다. 

5시가 문을 닫는 시간이라는데 4시 45분에 왔으니 충분히 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입장 불가란다. 

할 수 없이 정원만 한 바퀴 돌고 내려간다.


"다음에 또 올 기회를 얻지 않았는가!"


바다에 가까워져 가자 조금씩 어두워져 간다.

바다를 따르는 길을 가다 보니 석양이 언덕 너머로 아름답게 지고 있다. 

'신천목장'은 사유지인데도 올레길을 위해서 오픈해 주신 곳인데 얼마 전까지도 귤피를 말리던 흔적이 남아있다. 그 안에서 드라마틱하게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다가 바닷가 쪽을 걸으며 점점 어두워짐을 느낀다. 




간신히 '해비치 표선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해변의 모레가 멀찍이 깔려있어 더 아름답다

아까부터 신발 사이즈 한치수 적은 초이스가 발을 게속 고통스럽게 한다. 

발톱들이 빠지는 것 같아 완주하지 않고 바로 가고 싶은데 동회선 702번 버스를 타고 가면 터미널까지 2시간 30 정도 걸리는 반면 표선에 도착해 도서관 앞에서 720번 버스를 타고 한라산을 1시간여 넘으면 터미널에 도착한다. 

동생에게 부탁해 발 사이즈가 맞는 신발을 빌려 신고 '도두항'을 향해 17번 버스를 타고 간다. 

숙소 '안 브런치 게스트하우스'로,

한결 편안해진 발걸음으로 따뜻하지만 한기와 피곤이 몰려와 발걸음을 서두른다.




2017,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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