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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un 02. 2016

광치기 해변에서 작년 그 감동을 기억해내다. 올레2코스

성산일출봉, 제주바다, 제주도올레길, 어반스케치,대수산봉, 혼인지,예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새벽같이 일어나 이태원의 젊은 영혼들이 허우적대는 상황을 지나치며 나는 더 자연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제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가 커서인지 날씨 때문인지 비행기는 높이 떠 구름 속을 비행하고 있었고 덕분에 구름 조각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감상할 수 있었고,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알아채지 못한 채 제주공항에 도착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창문엔 비가 주륵내리고 있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며 '한라산'으로 가려던 일정을 변경했다. 원래 내일 가려던 '올레 2코스'로 급변경, 성산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비 오는 섬 버스에서 잠이 들었다. 문득 깨어보니 '성산 일출봉'이 보이기에 물어보니 광치기를 한정거장 지나서 서둘러 내려 성산을 경유해 광치기로 간다.

성산 일출봉 근처에는 '제2 신공항'을 반대하는 분들의 글들로 조용해 보이진 않았다.

이익에 관한 것인지 자연에 관한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제주가 개발되는 것은 항상 달갑지는 않아서 수긍이 간다.

가다가 비와 안개에 가려진 환상적인 성산의 자태에 바닷가 쪽으로 향하니 아름다운 일출봉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마치 비칠 듯 말듯한 긴치마를 입은 듯 그 자태가 요염하면서도 당당하다. 이 친구를 어떤 식으로든 담고 싶어 좋은 자리를 찾다가 '광치기 해변'까지 오게 된다.

스케치북을 펴고 그 모습을 담는데 그 모습은 광치기의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우산을 받쳐 들고  한 땀 한 땀 그림을 그리는데 행복한 맘까지 든다.


" 대상을 그리고 싶을 때 화가는 그리는 것 자체가 힘들지 않다. 그냥 그 시간동안 그 대상이 될 뿐이다"


하지만, 비가 너무 거세게 와서 정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그림은 완성 아닌 완성이 되고, 비에 젖은 물감들을 정리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길은 일출봉 뒤 '염습지'를 가로질러가며, 작은 숲을  지나기도 나무데크 다리를  지나기도 하면서 새로운 분위기의 공간으로 날 인도해 줬다. 데크길의 끝에는 바다와 인접한 오름인 '식산봉'이 위치했는데 외구들에게 군량미처럼 보이게 하려 위장했던 일 때문에 '식산봉'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곳을 나와 데크를 지나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을 거쳐 한참을 가다 '섭지코지'가 한눈에 보인다는 '대수산봉'으로 오른다. 비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공기가 습해서 안개가 장난 아니다. '대수산봉'은 조금 높은 듯 해 오르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그래 봤자 20여분이지만..... 정상에 오르자 하얀 벤치가 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안개로 바다 쪽 풍광도 하얀 도화지와 같다.

잠시 후 올라온 사람들도 안개만 잔뜩인 풍광에 실망하고 급히 내려간다. 나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니 정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느낌 정도는 구분이 간다. 아쉬운 데로 만족하고 산을 내려간다.



산의 아래쪽에는 숲과 밭이 기다린다. 열심히 바지런히 가다 보니  나타나는 공간 '혼인지'  오랜 옛날 농경시대를 시작하게 하는 시초로 그 공간에서 세공주와 세 남자가 결혼을 하고 합방을 하였다는 동굴까지 한편의 전설이 신혼부부들을 이 공간까지 오게 만드는 건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의 힘이라고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수국이 피어있는 정원을 거닐며 수련이 청초하게 피어있는 연못을 바라보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며  걷다 보니 나타난 '성벽' 그 성벽은 '삼별초의 난'때 진도에서 항쟁하던 그들이 제주에 오지 못하세 만든 게 처음의 이유였으나 이후에 왜구를 막는데도 쓰인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도 한다.

그 너머의 바다, 이런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제주에 오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편으론 어제 새벽부터 잠을 설치며 피곤함도 쌓여 있지만 첫날 비 오는 날씨를 즐기며 걸을 수 있던 오늘 하루는  상쾌함을 느끼며 잠시 후 나타나는 '예래 포구'에서 오늘 하루를 정리하고 '서귀포'로 이동한다.

2016.05.29

https://brunch.co.kr/@269199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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